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3김청산 투쟁돌입을 선언한 것은 지금 야당이 당면하고 있는 정치적 현실에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기자회견에서 그가 3김정치를 "패거리 정치","밀실.야합정치","독재와 다를 바 없다"는 거친 표현을 쓰고있는 것을 보면 최근 공동여당의 내각제유보나 김영삼 전대통령의 정치재개 움직임 등에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 총재 뿐만 아니라 DJP연합의 금년내 내각제개헌공약이 국민에게 아무런 동의나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파기되고 김 전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사면검토와 아울러 야당분열적 민주산악회 재건추진은 국민일반에 후3김시대의 도래로 비친다. 김 전대통령이 표면적으론 김대중대통령을 비난하고 있지만 여권에서 김 전대통령의 재기를 돕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여권의 의도야 어디있든 보기에따라선 후3김시대로 정치판을 바꾸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많은 국민들의 우려대로 후3김시대가 도래한다면 우리의 정치는 분명히 후진하게 될 것이다. 이 총재가 "3김정치청산을 시대적 사명으로 인식"한다는데 공감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 그것이 야당의 입장에서 가야할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하다. 물론 3김정치가 이 시대에 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만 끼쳐온 것은 아니란 점에서 3김정치 청산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전.현 대통령의 경우 권위주의시대를 종식시키기위한 반독재투쟁에선 그 공로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 김대통령의 경우 집권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위한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3김정치는 이 시대의 고질적 폐해인 지역할거정치를 가져왔고 그것이 정치개혁의 발목을 잡아왔던 것이다. 결국 현정부도 정치개혁을 고창하던 집권초기와는 달리 신당창당으로 방향을 돌리고있는 것도 지역할거적 정치의 벽을 넘지못하고 부정부패의 척결등 사회전반의 개혁에 한계를 보인 때문일 것이다. 3김정치의 청산은 이같은 폐해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국민의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총재의 3김정치 청산론이 정권대체세력으로서 야당의 진로를 총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 총재는 제2창당을 선언하고 새로운 정치를 약속했으나 구체적 내용은 앞으로 구성할 '뉴 밀레니엄 위원회'에 넘긴다고 했다. 이 총재의 새로운 정치가 어떤 내용이 될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지금까지 대안정당으로서 3김정치의 청산만 주장하고 대응할 구체적 노선을 보이지못한 것은 야당으로서 참신성과 선명성을 보여주지못한 것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21세기 국정에 국민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야당의 비전정립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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