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성과없이 끝난 4자회담

지난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한반도 4자회담 6차 본회담이 성과없이 끝났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은 군사 당국간 직통전화 설치와 주요 군사훈련 통보 등 비교적 실천하기 쉬운 신뢰구축 조치들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쪽은 주한미군 철수 및 북.미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지난 97년 12월 처음 시작된 제네바회담은 지금까지 여섯차례나 열렸지만 북한측은 그때마다 북.미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나옴으로써 회의를 무산시켜 왔었다. 실상 북.미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는 것은 남한측으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북한측이 이 카드를 들고 나올 때마다 회담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일부에서는 4자회담 무용론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4자회담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무엇보다 미국이 4자회담보다 북한과 직접 접촉하는 북미회담에 비중을 두고 있고 북한측도 덩달아 통미봉한(通美封韓) 원칙을 고수, 제네바 4자회담을 무력화(無力化) 시키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억지하는 것만이 최대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미 회담을 우선시하는 입장은 회담 폐막직전 북한측 4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외무성부상이 "미사일 발사는 자주권에 관한 문제이므로 누구와도 흥정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데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우리측의 제안은 회담 초반에 일축되고 의제에도 없는 미사일 발사문제에 관심이 쏠리게 된 것은 회담 주체국으로서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정부는 이번 회담 결과를 두고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구축을 위해 좀 오래걸리더라도 4자회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처럼 질질 끌려가면서 북.미의 들러리 역할이나 할바에야 차라리 회담 자체를 그만두는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미사일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지금의 상태에서 굳이 북한에 경제적 도움이 되는 금강산 관광이나 한반도 4자회담에 매달리는 것은 '현 상태를 깨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북한의 모험주의자들이 깨닫게 하고자 하는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 그나마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대화의 틀을 존속시키기위한 마지막 방법인 것도 우리는 안다.

그러나 4자회담처럼 무익하고 어떤 의미에서 주권국가로서의 체면 손상조차 느끼게되는 그런 회담을 앞으로도 계속해야 될는지는 면밀히 검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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