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도 역사가 있는가? 우리나라 여성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통적인 여인상을 말하라면 대개 정절있고 부덕있는 조선시대 여인을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여성사는 우리가 보통 상식으로 알고 있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이같은 물음은 그동안 여성의 역사가 철저히 외면되어왔음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전2권·청년사 펴냄)는 잃어버린 한국 여성의 삶의 궤적을 추적, 복원하고 역사적 규명을 시도한 책이다. 이화여대 사학과 이배용교수를 중심으로 한국사를 전공한 29명의 여성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쓴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해방기까지 한국 여성의 삶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결혼과 가족' '경제활동과 일상생활' '정치와 궁중생활' '종교와 문화활동' 등 크게 단락지어 구분해 서술한 이 책은 여성으로의 출생에서부터 교육, 혼인, 출산, 자녀교육, 시집살이, 가사노동, 애환과 사랑, 예술세계, 치장, 신앙 등 여성의 평생사를 훑어내고 있다.
필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인 여성상과 달리 고대사회의 여성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 생활의 기본이 되는 의식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또 결혼이나 경제활동 측면에서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생활을 영위했다. 고려시대까지만해도 여성에게 재산상속권과 더불어 가계·제사상속권이 있었음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결혼제도에서도 혼인후 남편이 부인의 집에서 일정기간 거주하는 '처가살이혼'이 일반적이었다. 조선초까지만해도 여성의 재혼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되는 등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생각만큼 낮지 않았다.
하지만 조선왕조가 가부장적 질서를 강화하면서 가족으로부터 여성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재가금지, 칠거지악, 삼종지도, 내외법 등을 만들어 여성들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선후기로 들어서면서 흔들리는 유교적 봉건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의 권한과 지위를 축소시키고, 엄격한 부덕을 요구하며 가정안으로 여성을 가두어 버렸다. 부녀자들이 절에 올라가거나 산이나 물가에서 놀이잔치를 할 경우 모두 곤장 100대에 처하는 등 엄격한 법으로 여성의 일상생활을 제한하고 간섭했다. 여성에 대한 성적 억압은 한편으로 대식(對食)이라 불린 동성애를 낳기도 했다.
이같은 여성의 수난사는 개화기이후 조금씩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개화기 신여성은 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전후에 등장, 1920년대 하나의 사회세력을 형성하면서 당시 세계를 휩쓴 여성해방론을 주창했다. 서양식 근대교육을 받고, 서양패션으로 무장한 신여성들의 영광과 시련은 오늘날 여성의 지위향상과 근대 한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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