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일이든 한번 생각해 본 다음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은 아마 롤러 스케이트를 처음으로 대한 해부터 였을 것이다. 그해 어느 봄날, 아버지는 바퀴가 네개나 달린 이상한 신발을 나의 책상에 올려 놓았고 휴일이 되면 나를 대구 실내 롤러 스케이트장으로 데려가곤 했는데 난 이내 그의 두손에 의지한채 꽤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그날은 네번째로 롤러 스케이트 신발을 신은 날이었을 것이다. "자, 두 팔을 놓아봐. 이젠 네 혼자 탈 수 있을거야"아버지는 꽤 굵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였다. 사실, 그의 도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나에게는 이제 막 또 다른 걸음마를 시작한다는 것을 뜻했다. 난 아버지가 유도하는 동작에 따라 가까스로 한 팔을 그의 손아귀에서 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팔을 그의 믿음직스러운 허리춤에서 뗀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난 꽤 많은 시간을 망설였을 것이다. 매번 그의 허리춤에서 팔을 순간적으로 떼었다 붙이며 그렇게 몇바퀴를 돌았던 것 같다.
드디어 그의 허리에서 나머지 한 쪽 팔을 떼었을 때,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나의 육체가 이토록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는 희열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희열도 잠시, 나는 …어? 어…. …어! 그래,'어'라는 단 한 음절의 단어만을 몇번이고 반복하며 그만 쿵, 하고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난 꽤 큰 소리를 내질렀고, 아파했던 것 같다. 잠시후 누군가가 날 일으켰다. 아버지였다. "처음부터 자세가 좋지 않았어. 허리를 가능한 굽히고 정신을 집중한 다음 다리에 힘을 주어야 해. 왜 학교에서 배웠을거야.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말야"
난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의자가 놓여진 곳 까지 간 다음, 바지의 먼지를 톡톡 떨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꽤 그럴듯한 말을 나지막이 읊조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세가 좋지 않았어. 허리를 가능한 굽히고 정신을 집중한 다음 다리에 힘을 주어야해. 왜 학교에서 배웠을거야.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말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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