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극 열풍도 '시들'

장·노년층의 향수를 달래주었던 악극 열풍이 서서히 퇴조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악극은 확실하게 흥행을 보장해 주는 장르로 각광받았다. 90년대 초반 시작돼 해를 거듭하면서 관객이 늘어나자 다음 세기까지 이어갈 실버문화 장르로 부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구에서 공연된 '아리랑''번지없는 주막''그 때 그 쇼를 아십니까'등의 관객이 예전에 비해 뚝 떨어지면서 기획자들 사이에 "이제 악극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악극 퇴조의 가장 큰 이유는 제작자들의 안이한 제작태도. 악극이 인기를 누리자 엇비슷한 악극들이 쏟아지듯 무대에 올려져 식상감을 더하게 했다.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갈등, 고난의 어머니 등 향수만 자극하는 상투적인 소재, 천편일률적인 내용들이 몇몇 왕년의 스타들에 의해 반복되면서 관객들의 반응도 '그게 그것'이라는 쪽으로 시큰둥 해진 것.

또한 급조되다보니 완성도에서도 의문을 던져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심지어 몇몇 코미디언과 가수들이 나와 악극도, 쇼도 아닌 얼굴 보여주기식 '짜깁기' 작품까지 나오기도 했다.

차범석 문예진흥원장은 "요즘 악극은 완성도에서 문제가 많으며, 옛날부터 내려오는 고전적인 악극의 형태도 아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장·노년관객층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본 안일한 기획이 자초한 것이다.IMF상황과 맞물린 복고풍 열풍이 차츰 가라앉게 된 것도 한 요인이다.

그동안 악극은 효자상품이란 광고문안처럼 침체돼 있던 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넣은 '효자 품목'이었다. IMF로 힘겨운 사회상과는 달리 엉뚱하게 연극계가 호황을 누리는 기현상까지 몰고 왔다.

한편 악극 열풍이 쉽게 식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320만명으로 아직 악극을 한번도 접하지 않은 관객이 많고 고령층의 만족도도 비교적 높다는 것이다. 마케팅만 철저히 하고 완성도를 높이면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모처럼만에 온 연극계의 새로운 바람을 어떻게든 부여잡아 보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서울 연극계에서는 이미 악극의 대체 장르로서 80년대 인기를 누렸던 마당놀이를 다시 거론하고 있는 분위기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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