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인수 시인 신작시집 '홰치는 산'

중견시인 문인수(54·사진)씨가 신작시집 '홰치는 산'을 도서출판 만인사에서 냈다.

'늪이 늪에 젖듯이'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뿔'에 이은 네번째 시집. 그의 시세계 밑바닥에는 섬세하고도 집요한 흰 뿌리처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의 정서가 흐른다. 그래서 시인은 현실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고향은 모든 것이 아름다워지고 깨끗해지는 데"라고 노래한다.

'성주장 갔다 온다. / 사발 막걸리 들이키고 시오릿길/ 만고강산이로구나. / 황토 먼지 묻어 오르는 두루마기/ 빚두루마기 훨 훨/ 만고강산이로구나.'(시 '밤길'에서)

시인에게는 고향의 나무와 풀, 산, 바위, 고향 사람들 모두가 그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그런 고향도 한결같지가 않다. 점차 고향은 시인에게 깊은 연민을 자아내는 존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낯설고 마뜩찮은 것들, 황량하고 어수선한 세계의 한복판에 서 있다가 사라져가는 고향의 모든 것들을 시인은 아쉬워한다. '흰뺨오리 한 마리가 물 위를 길게 달려 갑니다. / 물을 끌며 비스듬히 날아 오릅니다. / 가물가물 떠나갑니다. / 이 강을 세워 이제 먼 길 내는 것이지요. / 새파랗게, 몰래 지는 닭의장풀꽃/ 원혼 하나가 지금 막, 간신히, 마저 죽습니다'(시 '낙동강')

시인의 슬픈 노래는 '고향이란 멀거나 가까운, 당도할 수 있는 어떤 장소가 아니라 소리'로 들려온다. 문살을 스치며 소리를 켜는 달빛처럼 그리움의 존재인 고향은 인간의 뿌리를 있게 하는 그리움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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