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갖 귀신들 환타지 로맨스-자귀모

'자귀모'의 각본을 쓴 작가(홍주리)는 시나리오라고는 생전 처음 써보는 22세의 대학생이었다.

시나리오 작법과는 거리가 먼 줄줄 써내려간 이야기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삼성영상사업단이 주최한 '우리 시나리오 공모전'의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이 작품을 최우수상으로 골랐다. 열쇠고리의 귀신 캐릭터처럼 앙징스런 귀신을 등장시킨 판타지 로맨스가 아이디어로 반짝였던 것이다.

별스런 제목처럼 '자귀모'는 '자살한 귀신들이 동아리를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컴퓨터 애니메이터 진채별(김희선)은 증권 브로커 나한수(차승원)를 사랑하지만 나한수는 출세를 위해 증권사 사장 딸 차현주(김시원)를 선택한다. 배신감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던 채별은 '자귀모'의 영업귀신(귀신도 세일즈한다)에 떠밀려 엉뚱하게 자살하게 되고 만다.

채별은 나한수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영업귀신들의 유혹에 넘어가 자살한 귀신들의 모임인 '자귀모'에 가입하게 된다.

성폭행을 당한후 자살한 귀신 백지장(유혜정), 뚱뚱한 몸매를 비관해 자살한 후 몸무게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이어티(이영자), 수도꼭지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물귀신 등 갖가지 귀신들이 등장, 판타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총 제작비 25억원이 투입된 '자귀모'는 20여분을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로 그려냈다. '어비스'(제임스 카메론)의 물기둥 신을 연상시키는 물귀신, 저승감옥의 처형장, 영혼이 벽과 지하철·사람들을 통과하는 장면, 머리카락과 손톱이 길어지거나 도심 한가운데 기차가 지나는 장면 등을 모두 특수효과로 표현했다.한국형 블록버스터(대형 오락영화)라는 표방대로 갖가지 재미를 추구하지만 산만한 구성으로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단점도 엿보인다.

'닥터 봉'의 이광훈감독이 '패자부활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작품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씨네아시아, 중앙시네마 14일 개봉 예정)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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