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차 문제
문제:다음의 글은 모파상의 '두 친구'의 줄거리와 내용의 일부이다. 전쟁 때는 전쟁과도 상관없는 사람을 죽이고도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조국의 승리를 위해서라면'이라는 논리로 이러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논하고 그 이유를 논거를 통해 밝혀 보라.
(가)보·불 전쟁으로 파리는 포위되었고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피폐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낚시를 취미로 해서 사귄 소바주와 모리소는 암울한 상황에서 만나 술을 거나하게 마시다가 문득 청명한 날씨에 낚시를 같이 하자고 결심하고 전투가 한창인 그들의 섬(두 친구가 전쟁 전에 항상 낚시하던 곳)으로 떠난다. 프러시아 군인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불안감을 계속 가지면서 조심스럽게 낚시터에 도달한 둘은 낚싯대를 드리우면서 이내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낀다. 쾌적한 날씨와 함께 빼앗긴 기쁨을 되찾은 기쁨을 누리며 전쟁에 대한 비판을 소박한 의견으로 나누고 있을 때 프러시아 군인이 나타난다. 프러시아 군인은 그들을 스파이로 단정하고 암호를 대라고 한다. 어떤 변명도 허용되지 않는 기계적인 심문 끝에 둘은 총에 맞아 죽고, 그들을 죽인 군인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생선 먹을 궁리를 한다.
(나)쾌적한 태양이 그들의 어깨 사이로 열기를 흘려 보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낚시질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땅 밑에서 들려 오는 듯한 어떤 둔탁한 소리가 지면을 흔들었다. 대포 소리가 다시 쾅쾅 울리기 시작했다.
…중략…
낚시찌의 깃털이 연방 물 속에 잠기는 것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모리소는 갑자기 화가 났다. 그것은 그렇게 서로 싸우고 있는 미친 사람들에 대하여 평화스러운 사람이 가지는 분노였다. 그래서 그는 투덜거렸다. "저렇게 서로 죽이다니, 어리석기 짝이 없어" 소바주가 말을 이었다. "짐승보다도 나쁘지" 방금 한 마리를 잡은 모리소는 이렇게 분명히 말했다. "정부가 있는 한 언제나 이럴 것이오" 소바주가 말을 중단시켰다. "공화국이라면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을 겁니다……" 모리소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왕을 가지면 밖에서 전쟁을 하고, 공화국을 가지면 안에서 전쟁을 하지요"
그들은 시야가 좁은 온순한 사람들이 가지는 건전한 양식으로 큰 정치적인 문제들을 풀어 가면서, 사람들은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중에도 발레리앙 산은 쾅쾅 울려 대면서, 프랑스의 집들을 포탄으로 파괴하고, 생활을 부수며, 사람들을 으스러뜨리면서, 기대하던 많은 행복에 끝장을 내면서, 다른 나라에 있는 부인들의 가슴에, 딸의 가슴에, 어머니의 가슴에 그치지 않는 고통을 파 놓고 있었다.장교가 명령을 내리자, 병정들이 총을 들어올렸다.
…중략…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 소바주 씨" 소바주가 대답했다. "안녕히 가세요. 모리소 씨" 그들은 서로 손을 꽉 잡았지만, 전율을 이길 수가 없어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흔들렸다.
장교가 소리쳤다. "발사!" 열두 발의 총알이 일시에 나갔다. 소바주는 단번에 코를 박고 쓰러졌다. 독일인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그의 부하들이 밧줄과 돌들을 가지고 돌아와, 두 시체의 발에 붙들어 매었다. 그리고 나서 시체를 강둑으로 운반했다.
발레리앙 산은 쾅쾅 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두 병정이 모리소의 머리와 발을 잡았다. 시체들은 잠깐 힘차게 좌우로 흔들리다가 멀리 던져졌다. 그것은 곡선을 그리면서, 처음에는 발에 매인 돌들 때문에 선 자세로 강물 속에 잠겼다.
--9차문제 최우수작
성역할이란, 어떤 사회가 여성, 남성에게 기대하는 행동 양식으로,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여성의 성역할이 남성의 그것보다 하위적이고 종속적이었다는 점은, 성에 따른 분업이 시작된 원시시대 이래 최근까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나타난 공통점이었다. 노라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삶을 산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성상은 현대 사회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올바르지도 않다.노라가 보여 주는 여성상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고찰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대 여성의 성역할을 정립하기 위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우선, 개인적인 의미에서 살펴보자. 여성도 여성으로 태어나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즉 인격체로 태어난다. 인간은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가진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별된다. 그러나 노라는 항상 아버지와 남편의 기분에 자신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진정한 자아를 형성하지 못하고 인형과 같은 존재로 남아 있었다. 주체적인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지 못한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수동적이고 순종적이기만 한 여성상은 지양되어야 한다.둘째, 가정적인 면에서도 올바르지 않다. 노라가 아버지와 남편을 무조건적으로 따랐던 이유는 그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여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가정의 행복일까? 그렇지 않다. 가족간의 이해와 의사 존중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은 형식적인 행복일 뿐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어머니들은 순종하고 인내하는 자세로 살아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부장적 사회의 가정내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함에 나타나는 (1)부수적인 성격의 것들이었지 어머니의 역할 자체가 자신을 가족에게 맞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중요한 사회의 인격 자원이다. (2)힘과 같은 생물학적인 면은 다수의 남성이 우수하지만 이것도 개인적으로 남성보다 우월한 여성이 있을 수 있고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3)세계 위인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극히 적을까? 사회의 그릇된 여성관으로 인해 불충분한 교육 때문이었다. 남편과 동등하게 교육받고 대우받은 퀴리 부인이 라듐을 발견하는 등의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남긴 것이나, 일제시대 다른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배웠던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것은 이를 잘 보여 준다. 결국 인류는 오랜 세월 잘못된 인식으로 여성 인재를 놓친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동적이고 종속적인 여성상은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이제 여성도 적극적이고 자기 발전적인 인물이어야 한다. (4)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선거권을 가진 것은 민주화 과정에서도 가장 말기인 20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사회적이고 제도적인 변화도 중요하지만 여성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여성은 늘 남성 다음일 수밖에 없다. 노라가 독립적으로 자신을 교육하는데 노력해야겠다고 자각한 것처럼 여성의 인식이 바뀌어야만 여성은 당당한 인격의 주체로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육은령(대구외국어고 3년)
--9차문제 총평
이번 논술 문제는 입센의 '인형의 집'에 나타난 노라가 남편으로부터 벗어나겠다고 선언하는 행위를 보고 자신의 견해를 논하는 문제였다. 이 작품은 여성의 남성에 대한 종속적 사고에서 해방의 문제를 제시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전통사회에서는 여성이 가정에서 한 남편의 아내요 자식들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이 글에서 노라는 이러한 역할을 버리고 주체적 자아의 삶을 선언한다. 이번 논술에서는 대구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육은령 학생의 글을 최우수작으로 뽑았다. 학생의 글은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전체의 구성이 매우 잘 되었다. 서론 쓰기도 잘 되었고 본론의 단락 구분이나 단락 쓰기의 형식도 잘 되었다. 그러나 본론의 두 번째 단락에서 밑줄 친 (1)의 경우는 내용상 완결성이 떨어진다. (1)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을 몇 어절로라도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 (2)의 경우는 문장이 되지 않는다. 내용도 설득력이 없다. 보편적으로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힘이 적은 것은 후천적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 객관성이 있는 논거가 되어야 설득력을 갖는다. 학생은 전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구별되는 것을 겸허히 인정하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에서 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논거로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대 사회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힘이 드는 것은 기계를 사용할 수 있고 연구실과 사무실 근무에서는 남녀 누구나 잘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었으면 더 낫다. (3)의 경우는 학생의 성취도에 대한 평가 기준이 문제가 있다. 위인전에 거론된다고 반드시 위대한 사람은 아니다. 위인전을 쓰면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사람을 택하느냐에 따라 선택될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다.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인류에 부정적인 업적을 남긴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단지 쓰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그들이 위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서부 개척은 무고한 인디언들을 무참히 살육한 결과이다. 또한 리빙스턴이나 스탠리의 아프리카 탐험은 아프리카 대륙을 유럽의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4)는 학생의 글의 내용상으로 부적합한 내용이다. 이는 성차별에 대한 논거는 될 수 있지만 여성의 사회적 자아 성취와는 관계없는 것이다.
---쟁점리뷰-호모루덴스
'호모 루덴스(J.호이징하, 김윤수 옮김)'는 인간의 존재와 행위 양식의 본질 규명에 새로 도전한 기념비적인 저서로 평가받고 있다. 호이징하는 인간은 '생각하는 인간(Homo Sapiens)'이나, '만드는 인간(Homo Faber)' 보다는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에 더욱 가깝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 행위의 내용을 인식의 저 밑바닥까지 캐어 들어간다면 모든 인간 행동이 단순한 놀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형태의 문화는 그 기원에서 놀이 요소가 발견되며, 인간의 공동 생활 자체가 놀이 형식을 가지고 있다. 사냥은 물론 전쟁조차도 놀이의 성격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문명이 애초에는 '놀이되어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문명은 아기가 자궁에서 떨어져 나오는 듯이 놀이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다. 문명은 놀이 속에서 놀이로서 생겨나며 놀이를 떠나는 법이 없다. 인간은 놀이를 통하여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호이징하는 '놀이 정신이 없을 때 문명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는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문화가 놀이의 성격을 벗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놀이란 무엇이고 교육과 놀이는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살펴보자. 두 가지 결정적 요소가 놀이의 본질을 이룬다. 첫째, 놀이란 간접적이며 실제적인 목적을 추구하지 않으며, 움직임의 유일한 동기가 놀이 자체의 기쁨에 있는 정신적 또는 육체적 활동이다. 둘째, 놀이란 모든 참여자에 의해 인정받는 어떤 일정한 원칙과 규칙, 즉 놀이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활동이며 거기에는 성취와 실패,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이 있다. 쉴러도 '인간이란 놀이를 하는 곳에서만 인간이다'라고 한 적이 있다. 플라톤은 놀이가 성인 활동의 모방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한테 놀이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동기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린이의 놀이 본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했다.
놀이 활동은 본능적인 맹목적 합목적성에서 어린이의 삶을 해방시켜 주고, 어린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재발견하게 하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준다. 교육이 극히 기술적인 관점만을 추구하는 동안 교육학의 역사에서 놀이는 부정적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경우 놀이란 자발적이며 개인적인 에너지를 주로 변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의 목표가 자립적인 인간성을 추구할 때는 놀이가 깊고 긍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이미 고대 교육에서는 놀이가 아이들의 개인적인 힘의 균형에 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보았다. 현대 교육학에서도 발전의 개념이 인간성의 형성과 그 교육을 의미하게 되자 놀이는 어린이의 삶에서의 본질적인 계기로 인정되었다. 프뢰벨은 놀이를 다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하는 교육 원동력으로 보고 어린이는 놀이의 체험속에서 조화스런 전체로서 하나의 세계로 들어가며 그 세계의 한 부분으로서 스스로를 파악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 뒤를 이어 마리아 몬테소리도 같은 의미에서 놀이는 목표가 뚜렷한 작업으로 이끄는 교육적인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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