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주 3세대 역사연구회 사업 활발

'선구자의 고향'인 중국 용정(龍井)에서 항일민족사의 복원사업이 한창이다.북간도 항일투쟁의 성지인 용정에서 민족사 되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은 항일역사연구회 회원들. 북간도 이주 3세대들인 60, 70대의 전현직 학자와 공직자.예술인.작가 등 2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민족이 일구고 지켜온 용정의 역사를 후손들에게 제대로 전하기 위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랐던 항일운동의 유적을 발굴.정리하여 우선 기념비석 하나라도 남기자는 게 이들의 뜻이다.

고국이 광복 54주년을 맞은 올 8월 항일역사연구회 회원들은 북만주 무장 독립투쟁사의 도화선이 됐던 역사적인 현장에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고 항일 민족운동의 숭고한 뜻을 기린다. 비명은 '탈취십오만원사건유지(奪取十五萬圓事件遺址)'.1919년 12월 용정의 철혈광복단 결사대 6명이 두만강 건너 회령에서 간도 일본총영사관으로 운송중이던 일제의 철도부설 자금 15만원을 탈취한 쾌거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회원들은 일경(日警)을 향한 북간도 무장 애국열사들의 첫 총성이 올려퍼진 의거의 현장인 용정 인근 동량리 어구 육도하 강변 산기슭에 이 비석을 세우고 8월의 태양처럼 뜨거웠던 선조들의 항일애국 정신을 되새겼다.

90년 4월에 결성된 항일역사연구회의 첫 사업은 3.13 만세운동 80주년을 맞은 지난 3월 반일의사릉을 복원하고 연변의 동포들이 모여 공식적으로 올린 추모제다. 3.13 만세운동이란 서울의 3.1 운동에 이어 3월13일 북간도 용정에서 3만여명의 군중이 참여한 가운데 일어난 대규모의 독립만세 시위였다.

이때 희생된 17명의 애국열사 중 이름없는 무덤으로 방치돼 오던 13인의 공동묘역을 발굴.고증해 '3.13 반일의사릉'으로 복원하고 연변 동포들이 항일운동을 기리는 성역으로 조성하고 있다.

연구회는 지난 95년 4월 3.13 만세운동의 집결지였던 용정 서전대야에 유적비를 세워 그날의 함성을 기리고, 이상설 선생이 세웠던 용정 실험소학교 교정내의 서전서숙 유적지와 김약연 선생이 건립한 명동학교 유적지에도 기념비를 세웠다.

올 6월에는 청산리 전투의 보복으로 일제가 저지른 경신대토벌 때 33인의 기독교인이 이중학살을 당한 용정시 동성진 인화촌 교회터에 화강암으로 된 구적비를 건립했다. 또 일제때 진보적 민족지로 민중계몽에 앞섰던 용정 민성보 신문사터인 용정시 민성가에도 유적비를 세울 예정이다.

연구회는 만주의 항일무장투쟁사에 찬연히 빛나는 청산리 전투의 현장도 혜란강의 발원지로 용정에서 서남쪽으로 80리 떨어진 백운평에 위치해 있지만 지금껏 전적기념비 하나 반듯하게 세우지 못한 중국내 소수민족의 안타까움을 전한다.

최근갑(崔根甲) 항일역사연구회장(73)은 "용정은 우리 선조가 개척하고 보위해 온 땅으로 반일반제 투쟁의 주역도 바로 우리 민족이었다"며 "용정의 민족사를 복원하고 그 뜻을 후세에 전하는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며 고국 동포들의 격려와 성원을 당부했다.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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