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金鍾泌)총리의 해임건의안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폐기됨에 따라 하한정국의 최대 하이라이트였던 해임건의안 파문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날 해임안 폐기는 여당에게는 상처뿐인 영광을, 야당에게는 또다른 공세거리를 제공해 향후 정국의 가파른 대치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여당 측은 일단 이날 해임안이 여당 측의 당초 전략대로 마무리된데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공동여당간의 공조도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다. 국민회의의 경우 수해현장에 있던 이용삼의원이 이날 밤늦게 본회의장에 합류해 105명 전원이 참석하는 등 총리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하루종일 조마조마했던 김총리도 해임안 폐기 소식을 들은 후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해임안 폐기 과정은 공동여당의 구조적인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표결직전 본회의장 퇴장이라는 강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국 김총리에 대한 여당내 반란표를 우려해 극약처방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이는 당장 자민련 내부에서 일어났다. 김총리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충청권 의원들이 국회에 남아있으면서도 본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자민련 지도부가 예상했던 인원수보다 다소 많았던 점이 충격이었다. 외유중인 김용환.강창희의원을 제외하고도 이인구.오용운.김칠환.이원범.이동복의원 등 5명이 불참한 것이다.이같은 여당내 불협화음은 야당에게는 더없는 호재거리다. 당장 한나라당은 오는 16일부터 임시국회 재소집을 요구해 김총리 해임건의안을 재차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다음 카드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절차도 준비중이다.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총리 해임건의안이 우려곡절 끝에 자동폐기로 일단락됐지만 이날 본회의는 파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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