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사람과 컴퓨터

초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수업시간에 주판을 배웠다. 주판알을 하나씩 올리고 내리면 계산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전자계산기는 70년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생활을 하면서 처음 보았으며, 주판 대신에 쓰기 시작했다.

전자계산기를 쓰던 그 때부터 20여년이 지난 뒤에는 컴퓨터가 등장, 지금은 거의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동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을 갱신하는데도 컴퓨터가 사용됐고, 증명사진까지도 즉석에서 컴퓨터로 촬영됐다.

세상은 이처럼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젠 자동차 운전마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인공위성이 하늘에 떠 있어 컴퓨터 표시판으로 길을 찾을 수도 있게 된 세상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근년들어서는 양을 복제해서 세계가 떠들썩하더니 최근에는 인간까지도 복제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도 했다.

컴퓨터를 비롯한 과학의 발달은 우리에게 경이감을 안겨준다. 앞으로 1년은 과거의 10년보다는 더 큰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 발달이 점점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이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지는 의문이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편으로 치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우리의 마음은 메말라지고, 아름다운 자연이 컴퓨터의 뒷전에 밀려나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는 확신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우리의 진정한 행복은 언제나 자연과 더불어 있고, 진실한 마음의 자리에 있다는 것을.

내겐 주판 공부를 하던 어린 시절이 절대 불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보다 마음은 풍요로웠다.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를 역행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컴퓨터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리라고 본다.

성악가·(주) 대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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