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나고 있는 재벌정책과 보안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의 정책선택을 보는 국민의 눈은 혼란스럽다. 도대체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주주의는 정당정치이고 또 책임정치라는 기본에도 위배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지금은 시장이 재벌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은 시대"라며 앞으로는 집단이 아닌 개별기업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그뒤 이기호 경제수석도 DJ의 재벌개혁을 의미는 재벌 해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를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에서마저 "재벌오너가 여러개의 기업을 소유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며 누가봐도 재벌해체를 뜻하는 발언을 했다. 또 정책기획위원인 황태연 교수는 역사적 수명을 다한 재벌왕조들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런데도 여권은 계속 재벌개혁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재벌해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이 그룹으로 존재하지 않고 개별기업으로 남는다면 이는 바로 재벌해체가 아니고 무엇인가. 아니라면 어디까지 개혁할 것인지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재벌개혁에 대한 정책내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반대견해를 밝히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 재벌정책에 대한 명확한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재벌을 사실상 해체하려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위배된다는 원칙 이외 역시 여당의 재벌에 대한 한계를 분명히 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실 황제경영이나 선단식경영 등 재벌을 개혁하자는 데는 여야는 물론 재벌 스스로도 인정할 만큼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그러나 문제는 개혁의 한계다. 이는 국가경제의 장래가 달린 심각한 테마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다소 감상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가 그래서는 안된다. 보다 명확한 정책의 제시가 있어야 한다. 또 그래야 정치의 책임소재도 명백해진다.
보안법개정 문제는 여야간 개정과 유지라는 명백한 정책의 선택이 있다. 그러나 국가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므로 국민적 토론도 필요하다. 국가장래를 위한 정책의 선택인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반재벌적일 수도 있고 평등과 분배정의를 위한 사회주의적 요소를 도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IMF도 재벌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럼 이들이 사회주의 기구인가"하는 식의 치졸한 말장난으로는 올바른 민주주의적 토론이 있을 수도 없고 또 정책의 시행뒤 국민이 심판하기도 어렵다. 이것이야 말로 바로 반민주주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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