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차 한잔-日·몽골·러서 암각화 연구 장석호씨

"우리나라에서 선사시대 암각화 해석의 표본으로 삼았던 러시아 학자의 주장 중 상당 부분이 그릇된 것으로 판명된 만큼 기존 해석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지난 87년도에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 미술 전공자로서는 드물게 일본과 몽골·러시아를 다니며 선사시대 암각화를 공부한 장석호(33)씨. 지난 5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물질문화사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최근 귀국한 그는 러시아에서 암각화를 공부하며 깜짝 놀란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 고고학의 황제'라 불리는 오클라드니코프의 학설을 정설로 받아들여 암각화를 해석해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실제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오류는 러시아의 독특한 학문 연구방식 때문에 생겨났다는 것이 장씨의 설명. 암각화의 경우 러시아에서는 한 학자에게 특정 지역을 배당해 그만이 특정 지역을 독점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오클라드니코프는 독단적으로 바위그림을 해석하거나 훼손하고, 없는 그림을 있는 것인양 발표한 경우가 상당수 있었으나 우리나라가 이를 그대로 차용했다는 것.

지난 83년 오클라드니코프 사망 이후 이 지역을 배정받은 학자가 조사한 결과 기존 학설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장씨의 전망이다.

"시대 구분부터 그림 해석까지 재검토할 부분이 많죠. 개혁·변화를 통한 학계의 발전을 위해 아방가르드 운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올 연말까지 전문 연구소를 만들 계획입니다"

암각화는 '그림'인 만큼 고고학 외에 미술사적 의의등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선사시대 바위그림이 연구됐으면 하는 것도 장씨의 바람이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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