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주탐사선 발사2년...지구 궤도 일시 귀환

밤하늘 아마추어 천문가들을 매혹하는 아름다운 토성. 21세기 토성의 신비를 캘 탐사선 카시니가 17일 지구로부터 1천166㎞ 떨어진 곳을 스쳐 지나갔다. 토성으로 향하는 5년간의 여행에 필요한 힘을 얻기 위해 지구 궤도를 선회하고 지나간 것이다. 지구와 가장 근접한 시각은 태평양 시각기준 17일 오후 8시28분. 남태평양 상공위에 접근했을 당시 이스터섬에서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NASA가 지금까지 쏘아올린 우주선 중 가장 크고 비싼 탐사선인 카시니가 돌아온 것은 발사 2년만이다. 15년간의 준비를 거쳐 실행된 카시니 계획은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힘들고 원대한 계획으로 꼽힌다. 카시니는 유명한 토성의 고리에 거대한 틈이 있음을 발견한 이탈리아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것.

발사된 우주선이 지구 궤도로 돌아온 까닭은 일종의 탄성을 얻기 위해서다. 태양 중력권을 벗어나 태양계 바깥쪽 행성에 도달하려면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 앞서 금성 주위를 두차례 선회한 것이나 이후 목성 주위를 도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일정한 속도와 거리를 두고 이들 행성 주위를 돌 경우 접근 당시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힘을 얻어 튕겨나갈 수 있다. 카시니가 지구에 접근할 당시 속도는 시속 5만6천㎞. 일단 스쳐지나간 뒤의 속도는 시속 7만3천600㎞로 급상승했다.

NASA가 우주공간 멀리 우주선을 쏘아보내기 위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것은 지난 1973년부터. 목성 연구용으로 발사된 갈릴레오 탐사선 역시 지난 90년대초 지구 주위를 두바퀴나 돌았다. 당시 지구 근접 거리는 카시니보다 훨씬 가까웠다.카시니는 지난 97년 10월 15일 발사된 뒤 이듬해 4월 26일 금성 주위를 1차 선회했다. 2차 금성선회는 발사 618일째인 지난 6월 25일 최대 600㎞까지 접근하면서 이뤄졌다. 금성을 스쳐 지나가는 동안 카시니는 관측장비를 작동해 데이터를 수집, 지구로 전송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지구를 스쳐 지나간 뒤 카시니는 2000년 12월 30일 목성 궤도를 마지막으로 선회하게 된다. 태양계 최대 행성의 주위를 돌면서 충분한 탄성을 얻게 되는 카시니는 2004년 7월 1일 토성 도착을 목표로 외로운 항해를 계속하게 된다.

NASA가 지향하는 '보다 작고 빠르고 값싼' 우주선 시대에 비춰볼때 카시니는 마지막 거대 공룡인 셈이다. 2층 건물 높이에 무게는 6t이상, 제작비는 34억달러가 소요됐다. 바이킹, 보이저, 갈릴레오로 이어지는 행성 탐사선의 계보를 이어받았다. 카시니 이후 발사된 화성 탐사선 패스파인더나 글로벌 서베이어 등의 예산 규모는 크게 줄었다.

카시니는 18개의 과학 탐사기기 외에 토성의 최대 위성인 타이탄 관측용 탐사선 호이겐스도 싣고 있다. 카시니는 토성을 향하는 길에 타이탄에 들러 호이겐스를 떨어뜨릴 계획이다. 발사 당시 예산 삭감 위기에 있던 카시니를 구한 것은 국제 협력. 호이겐스는 유럽우주국에 의해 건조됐고, 관측 장비 일부는 이탈리아우주국이 제공했다.

카시니는 발사 7년만인 2004년 토성 궤도에 도착한 뒤 2008년까지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지구로 전송하게 된다. 카시니의 주탐사 대상은 토성의 자기 및 방사성 환경, 그리고 토성의 위성과 테 등이다. 카시니 계획이 성공할 경우 태양계내 가장 이색적인 행성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충분히 입수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NASA측은 이같은 자료를 통해 태양계 기원은 물론 생명 기원의 비밀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사연많은 카시니호

인류의 꿈을 싣고 가는 카시니 탐사선에도 어두운 이면은 있다. 카시니의 지구 접근 당시 가장 우려됐던 것은 만에 하나 실수로 대기권내에 진입하는 사태. 동체는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리지만 정작 문제는 32kg이 넘는 플루토늄. NASA 자료에 따르면 재진입 가능성은 120만분의 1. 그러나 카시니가 대기권으로 진입했더라면 죽음의 방사선이 지구 대기를 가득 덮을 상황이었다. 우주선이 플루토늄 연료가 필요한 것은 추진력 때문이 아니다. 카시니의 경우 탑재한 수십가지의 과학용 관측장비를 구동시키려면 핵연료가 필수적. 물론 핵연료가 카시니에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니다. 목성 궤도를 돌고 있는 갈릴레오를 비롯한 과거 23개 우주탐사선 계획에 핵연료가 사용됐다. 다만 카시니에 실린 플루토늄이 단일 우주선 탑재량으로는 가장 많은 것이다.

때문에 카시니는 발사 당시부터 반핵론자들이 발사금지를 위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지난 30여년간 23차례 발사된 핵연료 탑재 우주선 중 3기가 추락했다. 지난 68년엔 핵연료 발전장비가 캘리포니아 인근 태평양에 떨어진 것을 비롯, 아폴로 13호에서 떨어져 나온 방사능 장비가 남태평양 피지섬 근방에 떨어지기도 했다. 일부는 회수된 뒤 수리를 거쳐 재발사됐으나 일부는 해저에 남아있다.

반핵론자들은 핵연료 대신 태양에너지를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구-태양간 거리의 10배이상(16억㎞) 떨어진 토성의 경우 충분한 태양에너지를 얻으려면 집열판이 테니스장 크기의 2배에 달해야 한다며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다. 토성 근방에서 태양에너지는 지구의 10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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