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중국의 훈계성 성명

우리 외교관들은 흔히 외교를 자국의 국력만큼 행해지는 것으로 표현한다. 차갑기가 얼음장같고 인정머리 없기는 주판알에 비길 수 있는 국제관계 일선에서 옴치고 뛴다고해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없다는 자조섞인 푸념일 것이다. 그들의 말을 일면 이해못할 것도 없지만 또 한편 주어진 국력만큼은 행했느냐는 반문은 항상 남는다. 주방자오(朱邦造)중국외교부대변인이 17일, 북경의 국제구락부에서 외신기자들을 향한 뉴스브리핑을 통해 짧지만 우리로선 심상치 않은 내용의 성명하나를 발표했다. 주대변인은 '중국은 최근 실시중인 한미합동 포커스랜스훈련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야기하는 행동은 적게 해야할 것'이라고 훈계인지 간섭인지 모를 모호한 표현을 했다. 주지하듯 한미합동훈련은 지난 68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더욱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여태 이 훈련을 보면서도 이렇다 할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던 중국이 느닷없이 간섭성 발언을 한 배경에 있다. 미국이 일본을 축으로 이 지역에 전역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는데다 타이완의 리덩후이(李登輝)총통까지 전역미사일방어망에 끼겠다니 북한의 존재를 새삼 의식했음직 하다. 그러나 중국의 주장에 합리성(?)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더 급한 건 우리정부의 대중국 자세에 있다. 북경의 뉴스브리핑에는 200여명의 각국 특파원들이 모이는 곳. 이른바 발언인(發言人)으로 불리는 대변인의 한마디 한한마디는 당일로 세계로 타전되는 위력(?)을 지닌다. 그들의 입에 한반도 남북은 전세계를 향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묘사된다. 외교관들이 팔자타령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지만 당장은 주한중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유감표명은 해야했다. 그것은 주권국가로서 최소한의 모양갖추기이기도 하다.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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