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10차 문제 최우수작

제시문에서 조신은 꿈 속에서의 비극적 체험을 통하여 세속적인 욕망이 고통의 근원임을 깨닫고, 그 후 불도의 수행에만 전념하게 된다. 이와 같이 깨달음은 한 개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동서 고금의 많은 선현들이 인생의 무상함을 깨우치고 도(道)에 정진하는 삶을 최고의 선(善)이라고 여기었던 것도 이러한 데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의미 있는 '깨달음'이지만 사회 상황이 옛날과 판이하게 달라진 현대 사회에서는 그것을 얻는 과정도 옛날과 달라졌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 '깨달음'을 얻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복잡다단하기 이를 데 없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관계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그 책임과 의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마냥 도에만 전념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는 것도 결국 개인적 욕망 추구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면, 하나의 선(善)이 다른 하나의 선을 희생시킬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것의 정당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다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가 최인호는 오래 전부터 스님이 되고 싶었지만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처자식을 버리고 속세를 떠나 출가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길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는 선승(禪僧) 경허의 다음과 같은 선시(禪詩)의 한 구절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세상과 청산(靑山)은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이 있는 곳에 꽃피지 않는 곳이 없구나" 청산이냐 세상이냐 어느 것이 옳을까하며 시비를 거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며, 비록 세속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마음의 봄볕이 비취는 곳을 찾아가고 있다면 그곳이 어디건 간에 꽃이 필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의미로 최인호는 경허의 선시를 해석한다. 즉, 가정도 마음가짐에 따라서는 수도원이 될 수 있는 곳이니 삭발하고 청산에 들어가는 길만이 깨달음을 얻는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산이 아닌 세상 속에 둥지를 틀고 삶을 영위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깨달음'을 얻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는 환자를 아끼고 돌봄에 있어 소홀함이 없도록 정성을 다해야 함을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교사는 가르치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사도(師道)임을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학생은 열심히 공부하며 학생으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것이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세상이냐 청산이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해진 상황에서 주어진 직분을 충실히 다하며 성실한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훌륭한 정진(精進)이며 수행(修行)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김 남 기

(능인고 3년)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