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쟁점리뷰-노동의 종말

플러그에 끼워진 종족, 실리콘 칼라 노동자, 피곤을 모르고 임금도 필요 없는 기계들이 인간의 노동을 빼앗아 가는, 다시말해 노동자 없는 미래 세계가 우리를 기술 천국의 유토피아로 인도할 것인지, 무서운 지옥으로 인도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영호 옮김, 민음사)'에서 노동의 종말이 문명화에 사형선고가 될 지 새로운 사회변혁과 인간정신의 재탄생 신호가 될 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그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문명은 태초부터 주로 노동의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노동은 구석기 시대의 사냥과 채집, 신석기 시대의 농부, 중세의 장인, 현재의 조립 라인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생존을 위한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인간의 노동은 현재 생산 과정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제거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 도처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매주 해고당하고 있다. 전세계 사람들은 사무실과 공장에서 공포에 질린 채 해고가 하루라도 더 늦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을 통하여 인류 문명이 벽에 부딪혀 이제 새로운 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굶주림과 추위와 힘겨운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고, 영원한 풍요와 안락을 가져와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우리들을 당혹하게 하는 문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산업 사회에서 정보화 시대로 발전한 오늘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는 기술 발전으로 인해 영구화하고 있는 전세계적 실업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이라고 지적한다. 정보화 시대의 발전하는 기술들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하고 고착화시키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하는 일자리도 있지만 너무나 많은 일자리가 한 번 사라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 기술 발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는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너무나 대조적인 두 개의 종족이 인류 사상 최초로 전세계에 걸쳐 생겨난다. 그것은 첨단 기술 세계를 지배하는 소수의 정보 엘리트 집단과 이 세계에서 완전히 불필요하며 아무런 희망도 없는 거대한 영구 실업자 집단이다. 이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집단이 지구촌에 공존함으로써 인류는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 리프킨의 주장이다.

리프킨은 시장 경제가 내포하고 있는 기술 발전의 이 위험한 문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후기 시장 시대를 열어 갈 새로운 대안과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의 이익을 그 피해자들과 공정하게 배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며, 공동체 유지와 재건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발적 조직과 노동을 장려하고 그것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아울러 그는 생산성만 강조하지 말고 친밀감과 형제애적 연대, 봉사 정신과 같은 인간 정신을 재발견하여 새로운 사회로의 대전환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맹목적인 경쟁과 생산성 향상에만 매달려 있는 우리사회가 리프킨이 지적하는 기술 발전이 초래하는 실업의 증가와 그에 따른 문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고 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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