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 계란 배달 왔습니다'
'어머, 계란이 다 떨어졌었나'
주문하지 않아도 부족한 생필품이 자동적으로 배달되는 세상.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지만 2천년대 미래 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가정용 컴퓨터 서버와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이 연결돼 데이터를 공유하는 미래의 인텔리전트 주택에서는 계란이나 우유가 모자라면 냉장고가 이를 감지, 스스로 슈퍼마켓에 물품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가사일에 바쁜 주부들은 물론 독신자들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기능이다.
미래 주택이 주는 편리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가정용 네트워크가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둔 음악을 오디오로 듣거나 영화를 컴퓨터와 연결된 대형 TV를 통해 볼 수도 있다.
또 전자레인지가 가족의 식성이나 음식물 알레르기를 기억하고 있다 문제가 될 만한 음식을 요리할 때 경보를 울리는 것도 가능하다.
주택 건설 당시부터 설치된 초고속 광케이블 선로를 통해 집안에 편안히 앉아 쇼핑을 하는 것은 물론 영상전화로 외출이 힘든 환자는 집에서 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있다.
TV.비디오.오디오 리모컨도 사라진다. '켜져라' '꺼져라'라는 목소리만으로 모든 가전제품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녀들의 TV.비디오 시청이나 인터넷 음란사이트 검색을 막기 위해 부모의 목소리로 명령해야 전자제품이 작동하는 장치도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겨울 방영된 보일러 광고처럼 전화로 보일러를 켜는 사람은 미래사회에선 원시인! 집주인의 귀가 전까지 방안 온도를 쾌적하게 조절하는 것은 기본. 주택자동화 시스템과 연결된 센서가 방안에 누가 있는 지를 파악해 관절염이 심한 부모님들을 위해선 강한 난방을, 더워서 이불을 걷어차는 아이들 방에는 보다 낮은 온도의 난방을 해준다. 조명 역시 주인의 심장 박동 상태, 근육의 이완도 등을 감지해 기분이나 분위기, 필요에 따라 자동조절된다.
주택 자동화 시스템의 경우 비록 초기단계지만 올해 현대산업개발이 음성인식시스템을, 삼성물산이 영상전화기를 설치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공개하는 등 이미 국내에서도 첫 선을 보인 상태.
현재 인텔리전트 빌딩에서나 볼 수 있는 사무자동화 기능이 일반 주택에 적용되면서 재택 근무자, 소호(SOHO)족들이 더욱 늘어나는 것도 주생활 변화로 인해 새롭게 나타나는 미래의 사회상으로 꼽을 수 있다.
경북대 건축학과 최무혁교수는 "미래에는 주택의 업무 기능이 강화되는 반면 직원들의 회의.친목 장소로 가끔씩 이용될 사무실의 경우 휴식.레저 시설이 보강돼 '직장=일, 집=휴식'이라는 현재의 개념이 뒤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만 변하는 것은 아니다. 미래인들이 살게 될 도시의 형태도 주택난, 에너지난 해소를 위해 변화를 거듭한다.
미래에는 이제까지 수평적으로 형성됐던 도시가 높이 1천~2천m의 세로 형태로 포개져 존재하는 '종형(縱形)도시'로 바뀔 것이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전망.
종형도시 건설은 현재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중인 '스카이시티 1000'이 대표적인 예. 총 14층으로 이뤄진 이 도시는 연건평 240만평으로 각 층이 하나의 마을을 이룰 정도. 층마다 충분한 녹지공간이 형성되고 신선한 공기가 인공적으로 생산, 공급됨으로써 주민들은 가장 인공적인 삶의 터전 위에서 가장 자연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편리한 생활환경과 에너지난 해소가 이 도시의 최대 장점.
상주인구 3만5천여명, 활동인구 13만명이 거주하게 될 이 도시는 한 층마다 극장, 학교, 병원, 쇼핑센터 등 각종 편의 시설을 고루 갖추고 있다.
교통 문제는 각 층을 연결하는 수직열차, 급행 승강기, 나선형의 모노레일이 해결한다.
도시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는 1천m나 되는 건물 꼭대기에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한 풍력발전, 태양전지 그리고 태양열에서 공급받는다. 물 문제도 빗물과 구름을 모아 처리하면 끝.
하지만 컴퓨터가 가족의 움직임부터 심장 박동수까지 감시하는 집, 골치아픈 일거리가 가득 쌓인 집이 과연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을지.
미래인들 역시 가정의 행복은 각종 편의 시설의 완벽함보다 가족간의 사랑에 달려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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