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워싱턴주 상원의원 신호범 의원

"소수민족인 한인들이 미국에서 제 권리를 찾고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계에 많이 진출해야 하고 '뿌리정신'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지난해 11월 동양계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워싱턴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신호범(64·미국명 Paull Shin)의원.

수원에서 열릴 입양협회지도자대회(21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신의원은 20일 오후 몰몬교회에서 강연을 하려고 대구를 찾았다.

그는 요즘 입법, 예산, 관료 임명 등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 상원의원이란 신분을 발휘, 미국사회에 '한국의 얼'을 심는데 열정을 쏟고 있다. 신의원은 지난 4월부터 워싱턴주의 초교생부터 외국어 선택과목에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동양 3국어를 포함토록 했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워싱턴주의 외국어 교육이 독일어, 프랑스, 스페인어로 제한된 것은 동양과 교역이 늘고 있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설득한 결과다.

이에 앞서 지난 83년 한인회회장 재직 시절, 그는 한국어 학교를 세웠다. 이때부터 교포자녀와 입양아동의 모국어 교육에 힘쓰며 이들을 대상으로 장학사업도 벌이고 있다.

4살때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마저 행방불명 된 뒤 그는 이곳 저곳을 떠돌며 비참한 생활을 했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던 그는 지난 54년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은 미군 군의관의 양아들로 들면서 쓰라린 기억으로 가득찬 한국을 떠났다.

미국에서 다시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양부모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호텔 접시닦이, 공사판 막노동을 하며 하루 3시간 이상 잠자지 않고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26세의 나이에 브리검영 대학에 입학했으며 위싱턴 주립대학에서 동양학 박사학위를 받은뒤 25년 동안 대학에서 동양역사를 가르쳤다. 그는 지난 92년 워싱턴주 하원의원을 지낸데 이어 94년 연방하원의원, 96년 워싱턴주 부지사에 도전해 낙선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백인이 96%에 이르는 워싱턴주에서 '외국인', '중국 스파이'란 상대후보의 악선전에도 굴하지 않고 상원의원으로 당선, 인간승리를 이뤘다. 앞으로 그는 내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돼 교포는 물론 소수민족의 인권과 처우문제에 좀더 많은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다지고 있다.

신씨는 "지난 40여년간 한국인임을 잊은 적이 한번도 없다. 미국을 대표하는 한국인이 많이 나오고 차별 없는 미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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