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란사건 1차심 판결문 분석

환란사건 재판부는 20일 선고공판에서 사건의 쟁점을 직무유기 두 부분과 직권남용 세 부분으로 나눠 판단을 내리면서 직권남용 중 부당대출압력 일부분을 빼고는 모두 무죄로 판시했다.

핵심쟁점인 외환위기 실상 보고 여부를 비롯 △IMF 발표계획 인계여부 △기아사태 처리 지연 △외환시장 개입중단 지시 △부당대출압력 등 5가지 쟁점별로 조목조목 판단 근거를 제시했다.

◆외환위기 실상 보고 여부 강경식(姜慶植).김인호(金仁浩)씨의 97년 10월29일보고가 외환위기로 급진전할 경제상황을 인식하고도 의식적으로 은폐.축소 보고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의식적인 보고 의무의 포기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외환시장 거래중단 사실을 '시장마비'로 심각하게 보고하지 않았다 해서 직무유기로 볼 수 없다는 것. 단, 강.김씨가 당시 상황을 안이하게 바라봤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전제했다.

같은해 11월8, 10일의 보고는 IMF행 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에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 쟁점이지만 재판부는 재경원, 청와대, 한국은행 실무자들이 대안이 없다고 결론 내린 시점은 11월13일이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그전의 두차례 보고에서 강.김씨가 실상을 호도, 축소.은폐 보고를 올렸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강씨가 그해 11월9일 대책회의에서 '창피해서 재임중 IMF로 갈 수 없다'고 한 발언내용과 'IMF와의 협의'항목을 보고서에서 삭제토록 했다는 점은 '추측'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강씨가 보안을 의식했을 수도 있고 정규영(鄭圭泳) 당시 한은 국제부장을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모두 부인한다는 점에 근거했다.

김 전대통령이 11월11, 12일 홍재형(洪在馨).윤진식(尹鎭植)씨 등으로부터 보고받기 까지 IMF에 관한 보고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부분도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IMF 발표계획 인계 여부 강씨가 후임 임창열(林昌烈) 부총리에게 일부러 업무인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쟁점, 강씨-임씨간 진술이 극명하게 엇갈린 부분이다.재판에서 강씨는 후임 부총리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고 임씨는 임명장을 받을 당시에도 IMF행에 관해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신임 부총리와 경제수석이 적어도 IMF 신청절차가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엿보인다"고 판시했다. 단정하긴 힘들지만 임씨는 알고 있었을 것이고 후임자가 누군지 몰랐던 강씨로선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

그러나 임씨의 법정진술을 위증으로 단정짓지는 않았다,

◆기아사태 처리 지연 강씨가 종금사들이 기아의 화의신청을 부동의하도록 지시, 결과적으로 한솔종금이 부동의한 사실은 인정됐다. 또 기아처리 문제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지시를 내린 이중적 태도도 인정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는 점에서 강씨의 행위는 대책 결정사항을 의견으로 전달한 것에 불과할뿐 남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겠다는 인식은 없었다는 판시다.

◆외환시장 개입 중단지시 강씨는 지난해 10월28일 한은의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지만 사실이라도 외환관리규정상 장관이 내릴 수있는 필요한 지시로 볼 수 있고 도중에 지시가 잘못 전달됐을 가능성과 한은이 독자적으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는 정황에 비춰 압력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주리원백화점 부당대출 압력 강씨가 재경원 간부를 통해 고교동창인 이석호(李奭鎬) 주리원백화점 사장의 청탁을 받아 조흥은행에 "챙겨보라"고 했으나 실제 대출이 이뤄진 것은 강씨가 퇴직한 후의 시점이고 이는 이사장이 조흥은행측에 적극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해태.진도 부당대출 압력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부분으로 강씨가 진도그룹에, 김씨가 해태그룹에 협조융자를 해주도록 채권은행장들에게 지시했다는 것,

재판부는 강.김씨가 개인적 친분과 주위의 청탁 등에 의해 담보능력,상환가능성 등을 엄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협조융자를 지시, 은행장들에게 강력한 압력이 작용했음이 명백하므로 충분히 유죄로 인정된다는 것.

그러나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 등을 양형참작 사유로 감안,선고유예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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