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터키 지진 희생자 왜 늘어 나나

지난 17일 발생한 터키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계속 치솟고 있다. 사망자 수는 이미 1만명을 넘어섰고 최고 4만명을 웃돌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사망자가 많은 최대 원인으로는 단연 부실공사가 꼽힌다.

이번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들의 대부분은 철근과 시멘트 등 자재를 제대로 쓰지 않은 부실건축물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터키의 건축업자들이 아파트를 지으면서 자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층수를 올리며, 지반 검사와 내진 검사도 하지 않는 등 건축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스탄불 건물 65%가 부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98%가 지진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내 절반이 넘는 건물이 건축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고, 이스탄불만 하더라도 부실 건축물이 6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은 악덕 건축업자들이 숱한 인명을 앗아갔다며 이들을 "살인자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스탄불과 가까운 해변 휴양도시인 얄로바에서는 피해자들의 친인척과 이웃들이 이번 지진에서 자신이 지은 건물 16동중 7동이 붕괴한 한 건축업자의 차를 불태우고 집에 돌을 던지며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사데틴 탄탄 터키 내무장관은 성난 시민들의 입장에 동조해 부실 건축물을 지은 건축업자와 이들의 부실 공사를 묵인해 준 관료들이 "함께 조직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며 엄중 처벌할 것을 약속했다.

◈"삽.곡괭이 들고 구조작업"

구조작업의 부진도 이번 지진의 희생자를 치솟게 한 또다른 인적 요인이다.

장비와 구조전문 인력이 절대 부족한 터키 정부는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구조의 손을 쓰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이 삽과 곡괭이 등을 들고 구조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두터운 콘크리트 더미를 헤치고 인명을 구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붕괴된 건물더미에 깔린 최소한 1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거의 대부분 사망했거나 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접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죽어가고 있는 참상이 초래되고 있다.

부상자들 역시 병실과 의약품이 크게 부족해 살아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상당수 희생되고 있다.

◈새벽 시간대 지진 큰 피해

지진이 일어난 자연적인 상황도 엄청난 희생자 발생을 불가피하게 했다.

우선 이번 지진은 거의 모든 시민들이 집안에서 잠을 자고 있던 새벽 3시대에 일어나 희생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건물들은 아주 순식간에, 그리고 철저하게 파괴됐다.

이번 지진은 약 45~47초 계속됐으며 붕괴된 건물중 대부분은 1분 이내에 파괴된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올 시간이 거의 없어 그대로 매몰되고 말았다.

또 진도가 워낙 컸던데다 붕괴된 부실 건축물의 대부분이 견고한 기둥 등이 없는 아파트여서 건물더미에 매몰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공간'도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이 겹쳐 이번 터키 지진은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망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지진 발생 나흘이 지난데다 날씨까지 무더워 건물더미에 매몰된 숱한 사람들이 구출될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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