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일이다. 수업시간에 나는 다소 황당한 일을 겪는다. 강의가 시작되었는데도 모자를 벗지 않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한다. 발칙하다. 시간이 축나더라도 따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답들이 걸작이다. "아침에 머리를 감지 못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모자를 벗으면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저는 이 모자를 리본과 같이 예쁘게 보이라고 했습니다" 어른 앞이라고 리본을 떼지 않듯이 당연히 모자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설명이 당돌하지만 '너스레'는 아니다. 결국 이렇게 정리했다.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 한 강의시간에 모자를 써도 좋다"
이 '판결'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동료교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젊은이들에게는 소중한 것이 있다. 발랄한 야구모자도 그렇다.
파리의 망명객 홍세화는 같지 않는 점을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똘레랑스'라고 한다. 똘레랑스야 말로 우리가 다음 세기를 맞기 위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일지 모른다.
김 태 일.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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