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분단이 낳은 인간의 고통과 비극적 상황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들이 나란히 나왔다. 중견작가 정동주씨가 장편 '콰이강의 다리'를 한길사에서 냈고, 소설 '아버지'로 화제를 모았던 김정현씨가 '전야'(전 2권)를 문이당에서 출간했다.소설 '콰이강의 다리'는 58년에 나온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와 무대가 같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에 놓인 콰이강의 다리를 배경으로한 이 영화가 전쟁 포로라는 인간존재의 비극을 휴머니즘이라는 시각을 통해 들여다 보았다면, 소설속의 콰이강의 다리는 선과 악, 희망과 절망, 문명과 야만이 뒤엉킨 견디기 힘든 지옥의 땅을 대변하고 있다. '악마의 강'이라는 별명처럼. 실제 다리 건설에 연합군 포로와 미얀마·태국 노동자 50여만명이 다리 건설에 투입돼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작가는 다리 건설에 참여한 일본군 속에 끼어있던 한국인의 존재를 통해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영어 구사능력때문에 징발된 5천명의 한국인 군속요원들. 소설은 모두 일본군으로만 알고 있는 이 남양군대에 끼어있던 한국인들의 비참한 운명을 그려낸다. 도쿠야마 마츠오라는 이름으로 전쟁의 광기를 버텨내야 했던 주인공 '김덕기'. 그의 삶과 인생유전을 축으로 전쟁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통역요원인 덕기는 일본군의 만행과 잔혹함의 대가로 종전 후 전범으로 몰려 사형을 선고받는다. 29명의 한국인 무기수들과 함께 일본의 형무소에 수감된 그는 중노동에 시달리다 가석방된다. 가석방이라는 신분때문에 미국의 감시를 받아야만 했던 그는 일본땅을 벗어나지 못하고, 고향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떠도는 삶이었다. 마침내 지상에서 찾은 마지막 안식처 우토로에 정착하지만 재일 한국인들을 몰아내려는 일본인들의 차별에 맞서다 불도저에 깔려 죽는다는 줄거리다. 작가에게서 '콰이강의 다리'는 세상을 붕괴시키는 악의 폭풍과 전체주의적 폭력 앞에 노출됐던 모든 인간의 오만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자 감춰진 진실이다.
김정현씨의 '전야'는 남과 북으로 귀향을 꿈꾸는 국군포로와 미전향 장기수를 둔 두 가족사를 통해 분단이라는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통일소설. 6·25때 북에 억류된 국군 포로의 아들 장혁은 탈북해 북한당국에 쫓기다 중국 옌볜(延邊)에서 지숙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지숙은 간첩으로 남파됐다 체포돼 26년째 수형생활을 하고 있는 미전향 장기수의 딸이다. 소설은 탈북한 이들이 자유의 땅을 찾아가기 위해 벌이는 잠행과 탈출, 도주, 추격장면 등을 박진감있게 그려낸다. 우리 문학계에서 탈북자 문제를 처음 조명한 이 소설은 분단의 피해자인 이들의 개인적 삶에 초점을 맞춰 통일과 역사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한 분단문학으로 읽힌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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