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뒤틀기'.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트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이 영화에서 트로미오는 포르노 CD롬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는 건달이고, 줄리엣은 몸에 문신을 새기고, 유모와 동성애 관계다. 게다가 둘은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남매간이다. 셰익스피어가 무덤에서 일어난다면 '졸도'할 일이다.
영국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다면 한국에는 '춘향전'이 있다.
'춘향전'을 뒤튼 연극이 25일부터 서울 대학로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극단 천막무대의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최민아 극본, 김형태 연출).
'지조의 표상' 춘향은 절개를 버리는 기회주의자로 그려진다. 기생 신분을 벗어나고자 이몽룡을 유혹하고, 그가 한양으로 떠나자 이번에는 변학도에게 추파를 던진다.
애면글면 춘향을 그리던 이몽룡. 그러나 여기서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글공부보다는 돈쓰기에 열중하고, 결국 재산까지 탕진하고 만다.
이에 반해 원전(原典)에서 감초역할을 했던 향단. 아름답고 마음씨 착한 여인으로 춘향의 계략에 말려 감옥에 갇히고,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다 처형당할 위기를 맞는다. '춘향전'이 아니라 '향단전'인 셈이다.
15인조 관현악단의 라이브 연주, 청소년 춤꾼들의 힙합과 재즈댄스, 뮤지컬 못지 않은 노래와 군무 등이 곁들여져 시공을 초월한 즐거움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스토리 뿐아니라 연출기법에서도 '원작 뒤틀기'가 시도되는 것이다. 박철민 박충선 양말복 박원상 출연. 31일까지. 02)762-0010.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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