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중 수교 7주년

중국인들은 매사를 조급하게 서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할 때 '수도거성'(水到渠成)이란 말을 곧잘 한다. 곧 물이 흐르다보면 자연스럽게 도랑이 생긴다는 의미다. 92년 4월 당시의 리펑(李鵬)중국총리는 미수교국인 한국의 이상옥(李相玉) 외무장관 일행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이 말을 함으로써 한중 공식수교를 위한 내외의 제반여건이 성숙됐음을 알렸다. 24일로써 한.중 양국은 수교 7주년을 맞았다. 리펑의 언급후 4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이제 양국간에는 모든 분야에서 국제사회일반의 상상을 초월하는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중국측으로선 78년, 개혁개방노선 채택이후 이념의 탈색화(脫色化)가 나날이 가속화, 불원간 양국은 상호최대의 교역상대국이 될 것이 불을 보듯 확연하다. 92년, 수교당시 약 64억달러를 기록했던 양국교역은 4년이 지난 97년에 237억달러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이뤄 양국은 단숨에 각각 상대국의 3대교역국이 됐다. 중국인들이 수교직후부터 양국간 경제구조의 상호보완성에 착안, '유무상통' (有無相通) 을 줄기차게 외친 결과이기도 했다. 주중교민이 이미 10만명선에 이르는 사실은 양국간 현주소를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가장 의미있는 진전으로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양국간 군사교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지난 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중상호원조조약'에서 한반도 유사시 즉각 파병을 명문화했다. 특히 '조.중'조약 3조에선 '체약 쌍방은 체약 상대방을 반대하는 어떤 동맹도 체결하지 않으며 체약상대방을 반대하는 어떠한 집단과 행동 또는 조치에도 참가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어제 우리의 국방장관이 북경에서 인민해방군의 사열을 받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갖기에 족했다. 그러나 우리에겐 타이완 (臺灣) 카드를 남겨놓을 전략이 절실하다. 지금 중국을 쳐다보는 북한의 입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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