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문학자 이상기씨 '괴테, 불멸의 사랑' 출간

'영원히 여성스러운 것이 우리를 구원한다'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의 마지막 구절은 괴테에게 있어 여성과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를 짐작케 한다. 마르지 않는 창조의 원천이었던 여성과의 사랑. 괴테는 평생을 여러 여성과 사랑을 나누며 살았다. 그의 사랑은 작품만큼이나 정열적이고 극적이다. 문학적인 그의 사랑은 비극적이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다. 샘솟듯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불타 오르는 감정을 사랑으로 분출시켰지만 이루지 못한 사랑의 한. 괴테 문학의 출발이자 끝, 그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괴테 탄생 250주년(8월28일)을 앞두고 독일 문학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괴테의 문학을 '사랑'의 관점에서 들여다 본 책이 나왔다. 독문학자 이상기(외국어대 강사)씨의 '괴테, 불멸의 사랑'(푸른숲 펴냄). 괴테 문학의 자양분이라 할 수 있는 '사랑'을 통해 그의 문학세계를 살폈다. '제젠하임의 노래'를 낳은 첫 사랑 프리데리케에서부터 '마리엔바트 비가'의 주인공 울리케 폰 레베초프까지 괴테가 사랑한 다섯명의 여인과 괴테 문학의 함수관계를 저울질 해보고 있다.

21살때의 첫 사랑 프리데리케. 시골의 한적한 분위기, 아름다운 프리데리케와 함께 보낸 제젠하임. 그 4월의 들판에는 밝은 햇살이 온통 가득했다. '내가 너를 보았지. 그때 그 달콤한 시선으로부터/ 기쁨이 은은하게 나에게로 밀려왔지/ 내 마음은 온통 너에게로 가 있었고/ 숨쉬는 것 조차도 너를 위한 것이었지'('만남과 헤어짐') 하지만 학위논문 때문에 스트라스부르크로 돌아간 괴테와 도시환경에 적응치 못한 프리데리케, 둘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두번째 여인 샬로테 부프. '로테'의 원형인 샬로테는 아침 이슬처럼 영롱한 눈과 밝은 표정을 지닌 청순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다. 괴테가 훗날 '문학과 진실'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여성'으로 표현한 샬로테. 그러나 약혼자가 있는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불행은 당시 하나의 신드롬이 되었다.

유일한 약혼녀 릴리 쇠네만과 보낸 시절은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때였지만 릴리 집안의 반대로 사랑은 끝난다. 이후 자유분방한 시민의 도시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예의와 격식을 중시하는 귀족의 도시 바이마르에 도착한 괴테는 귀족문화를 대표하는 여인 샬로테 폰 슈타인을 만난다.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고전적 여성 샬로테는 이미 결혼한 여자였다.

괴테가 또 한번 사랑의 정열을 불태운 것은 1823년. 이미 황혼기에 접어든 73세의 노인과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한 19세 처녀와의 만남. 괴테는 울리케 폰 레베초프에게 이성적으로 접근했지만 그녀가 괴테의 청혼을 완곡히 거절하면서 마지막 사랑이 좌절된다. 괴테는 이처럼 끊임없는 여성편력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해가고 마침내 여성성을 삶과 영혼의 가장 숭고한 구심점으로 끌어올렸다. 괴테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에 대해 집착했다. 숨을 거두며 '좀 더 빛을!'이라고 탄식하듯 말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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