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복제인간

1997년 영국 로슬린 연구소에서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켰다. 이 돌리가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신호음처럼 간주된 이유는 종전의 복제방법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종래 이용한 생식세포가 아닌, 성숙한 동물의 체세포를 이용한 동물복제였기 때문이다.

이제 돌리라는 양을 복제하는 방법을 인간의 체세포에 적용한다면 복제인간이 탄생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으며, 실제로 영국과 미국 등에서 체세포를 이용하여 인간배아 여러 개를 복제하여 장기이식 등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그러면 복제인간은 어떠한 것일까? 복제양 돌리를 보면 여느 양과 외모에서 큰 차이가 없다.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인조인간 이야기는 항상 좋지 않은 방향으로 종결되었는데 소설 속 인조인간의 원조인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이 만든 괴물이었다. 그 이후 인간의 외모를 가진 사이보그가 영화에 등장하면서 악한 사이보그들은 그들의 주인인 인간에 반항하고 인간세상을 정복하려는 존재로 그려졌으며, 선한 사이보그들은 인간을 도와 이 세상을 종말로부터 구원하며 최후에는 대부분 사라지는 존재인데 이들은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이다.

그런데 인간이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복제물을 만들어 놓고 이를 이용하고 지배하려고만 한다면 그 복제물은 인간의 삶을 근본에서부터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의학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인간의 복제물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편리한 점이 많고, 이로 인한 의학의 발전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러가지 도덕적·윤리적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과 똑같은 피조물이 탄생함으로써 인간의 기본적인 도덕과 가치관, 그리고 인격의 존엄성이 손상되며 자아의 개체성이 말살될 수 있다. 또 이 복제방법이 범죄에 이용될 때 우리 인류는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복제인간의 법률적 지위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 속의 인조인간처럼 성능개선을 통해 새로운 우성인간을 만들어 강대국의 군사요원으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곽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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