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사위의 옷 로비 의혹사건 증인으로 선정된 배정숙, 이형기(한국기독교횃불선교원장 이형자씨 동생), 조복희(이형자씨 사돈), 고민경(이형자씨 비서)씨 등은 모두 초조한 표정으로 23일 청문회 시작에 앞서 국회 법사위 사무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배씨는 청문회 시작 30여분전 변호인과 함께 국회에 도착, 민원실에서 방문증을 교부받은 뒤 여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변호인과 함께 국회 본관 3층 법사위 회의실옆에 마련된 대기실에 들어섰다.
검은색 상하의의 정장 차림을 한 배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듯 몹시 초췌한 표정에 피곤한 모습이었으며 배씨를 부축한 여동생은 휴대용 산소통까지 들고 왔다.
○…이날 신문에 앞서 배정숙씨는 증인들을 대표해 선서를 하는 과정에서 말을 더듬는 등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듯 신문에 응하는 동안 간혹 말을 끊고 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배씨는 "최대한 성심껏 신문에 응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간간이 미소를 띠는 등 다소 자신감을 가진 듯했으며, 옷 로비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는 목소리를 높이며 적극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이 과정에서 야당의원들이 "횃불선교센터로 이형자씨를 찾아가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 부인이 수천만원 어치의 옷을 더 샀다면서 추가로 수천만원의 옷값을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자 배씨는 "절대 아니다"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이날 증인신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치공세'성 질문을 하자 유감을 표명하며 목요상(睦堯相) 위원장에게 제지를 요구하는 등 신경전을 펼쳤다.
○…최연희(崔鉛熙)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배씨에게 연씨 등이 라스포사를 방문, 호피코트를 입어본 시점이 12월 26일이 아닌 19일임을 거듭 확인하며 검찰의 수사조작 의혹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반면 조찬형(趙贊衡) 의원 등 국민회의 의원들은 배씨를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이 한결같이 26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배씨의 위증 가능성을 따졌다.이에 대해 배씨는 "병원에서 검찰의 조사를 받을 때는 의식을 잃는 등 최악의 상황이었으며 '19일인지 26일인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이 모두 26일이라고 했다면 그럴 것'이라고 했으나 집에 와서 보니 19일이었다"고 말하는 등 19일이었음을 몇차례 확인했다.
그러나 배씨는 12월18일 횃불선교원에서 이형자씨와 만나 옷값대납 요구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오후 속개된 배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는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고관부인들의 행태에 대한 질책이 잇따랐다.
자민련 김학원·송업교 의원은 "국회에서 옷을 샀느냐, 안샀느냐 이런 것을 따지고, 국정을 논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개탄할 일"이라면서 "국민들이 IMF경제위기를 맞아 허리띠를 동여매고 심혈을 기울일 때 근검절약에 앞장서야 할 고관 부인들이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며 특히 서로 자기 범죄를 상대방에게 넘기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치졸한 짓"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앞서 제기된 질문을 재차 반복하는데 그쳐 청문회 분위기가 오전보다 이완된 반면, 배씨는 자신감을 얻은듯 때로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의원들의 질문에 반박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정일순 사장이 20여년 동안 영부인 옷을 해줬다는 얘기를 들었느냐"며 '정치공세성' 발언을 하자 국민회의 한영애 의원은 "이희호여사가 20년동안 남대문에서 옷을 사 입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대통령 부인이옷을 사입는 것은 의전상 그런 것이니 논외의 문제"라고 반박했고, 같은 당 조순형(趙舜衡) 의원도 "증인 출석요구서의 신문요지에 벗어나지 않도록 자제하자"며 제동을 걸었다.
○…배씨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신문은 오후 6시30분께 모두 끝났다.
배씨는 목 위원장의 퇴장지시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쓰러질 뻔했으며 깜짝 놀란 동생 배정애씨와 박 변호사가 재빨리 부축하자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도중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작은 목소리로 "몸은 피곤하지만 진실을 말할 수 있어 마음은 홀가분하다"면서 "시간이 없어 상세한 얘기는 못했지만 절대로 돈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나니 시원하다"고 밝혔다.또 '대질 신문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라고 간단히 답했다.
이어 배씨는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은 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배씨는 실신한 채 운전기사의 등에 업혀 본관 후문 출입구를 빠져 나와 대기중이던 자가용을 통해 국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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