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값진 인생'

지난주 영국의 더 타임스지(紙)는 한국의 옷 로비 청문회를 보도하면서 증인으로 나선 여인들의 옷차림을 이렇게 적고있다. '증인들은 매일 다른 색깔의 옷차림 이었다. 하루는 후회와 자책를 의미하는 검은옷이, 이튿날엔 결백을 뜻하는 흰색옷이 주류를 이뤘다'고. 옷로비 사건이어서 그런지 옷의 색깔로 간접적이나마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울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한 점을 외신기자는 보았던 것이다. 웃지못할 옷 청문회로. 마침내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의 시판이 허용됐다. 오는 10월초부터 전국 약국을 통해 살수가 있다. 지난 1년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민한 끝에 내려진 조치다. 갖가지 설로 그동안 '비아그라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것이 우리사회에 미칠 파장은 아무도 예측할수가 없다. 안정성도 문제지만 윤리적인 문제도 어떻게 불거질지 촉각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분야다. 비아그라는 78개국에서 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도 자그만치 1천억원대의 시장이라니 가히 업체들이야 희색이겠지만 시민단체들, 특히 여성단체들은 그러나 탐탁지 않는 모습이다. 정력제로 오인해 마구잡이로 남용될때 미치는 그 사회적 '부작용'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시판후 130여명이 사망했다는게 식품의약국(FDA)의 공식보고다. 물론 이번 판매 조치는 당국의 철저한 분석끝에 내린 조치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됐겠지만 그래도 구멍은 있게 마련이다. 이점을 당국은 인식해 무분별한 복용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계속 연구해야 하겠다. 우리사회는 지금 너무 편리한 대로 굴러가고 그 편리함만 추구하는 경향이 짙다. 옷로비사건 청문회가 옷청문회로 자연스럽게 굴러가 버렸어도 별탈이 없다. 그렇듯 비아그라도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정력제로 자연스럽게 둔갑해도 그 또한 별탈이 없을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영감이 쏟아져 그 영감을 담을 시간적 그릇이 적어 안타까워 했던 베토벤은 친구들에게 "인생을 천배로 늘려 살 수는 없을까"고 호소하면서 작곡을 했다고 한다. 인생은 베토벤의 이런 인생이어야 값지다 할수 있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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