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효목 보성타운 재건축 문제점

효목 보성타운은 95년 재건축사업 초기부터 불신과 갈등을 잉태하고 있었다.

효목 주공아파트는 13평형 1천232가구로 보성과 재건축 계약 때 가구당 22.5평의 대물 보상을 받기로 하고 같은 해 5월부터 이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아파트 설계 도면상 최저평형이 25평이었기 때문에 조합원 추가 부담 문제가 생겼다. 조합원들은 25평형을 받는 줄 알았지만 보성 측은 추가 부담을 요구했다. 원래대로 22.5평형을 짓든지 아니면 추가분에 대한 사전 고지를 했어야 한다며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 문제로 같은 해 10월 이주비 지급이 중단되고 당시 조합 집행부가 불신임을 받았다.

논란 끝에 새로 구성된 조합 집행부는 12월 가구당 1천300만원의 추가부담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재개발 사업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보성은 상가 입주민들과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해 공사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95년 7월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공사가 96년 9월에 이르러서야 첫 삽을 뜨게 됐다. 이같은 지각 협상으로 보성은 이주비 303억원에 대한 14개월치 금융 비용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보성은 공사장 지질 분석을 잘못해 터파기 공사에서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또 고도제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 층수가 깎이고 터파기 공사가 늘면서 2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여기에다 공사장 주변 주민들의 분진, 소음 등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공기 지연은 물론 공사비 손실 피해까지 보게 됐다.

보성은 적자 사업 현장인데다 조합원과의 갈등, 잇따른 민원 등으로 사업 포기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대구시의 권유에 못이겨 공사를 계속 떠맡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98년 1월 그룹 부도로 효목타운 공사를 중지하고 화의신청에 들어갔다. 사업 초기부터 4년동안 보성은 이주비 금융비용으로 20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 지금도 효목타운 공사가 하루 지연될 때마다 1천만원의 금융비용 손실이 생기고 있다. 보성은 효목타운 공사로 입은 손실이 8월 말 현재 총 48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입주예정자들의 고통도 엄청나게 컸다. 조합원들은 사업 초기 대물보상 규정 때문에 가구당 1천300만원씩을 물었고 입주 지연에 따른 정신적·금전적 피해는 한계를 넘어섰다. 당시 할부 금융에서 돈을 빌린 상당수 조합원들은 지금까지 원금을 갚지 못해 살림이 거덜날 지경에 이르렀다.

일반 분양을 받은 620여가구 입주예정자들은 IMF를 겪으면서 연리 20%가 넘는 금융비용을 부담했지만 아직까지 입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 중에는 선납할인을 받기 위해 분양금 전액을 한꺼번에 낸 사람도 적지 않다.

이같이 보성과 입주예정자 사이의 반목과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보성이 이달들어 조합원들에게 추가 부담 2천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주비로 지급한 돈의 이자 및 연체이자도 대납해 줄 것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입주 예정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불신만 키워왔던 회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가 이주비 이자조차 낼 수 없어 조합원들에게 대납을 요구하는 마당에 가구당 2천만원의 추가 부담금으로 공사를 마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은 보성의 기업윤리에 대해 근본적인 회의를 던지고 있다.

재건축 조합 한 간부는 "보성이 입주예정자들이 겪는 고통을 안다면 조합원들과 계약한 내용을 이행하려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한다"며 "조합원 돈을 거둔 뒤 나머지 공사비를 댄다고 할 것이 아니라 미리 공사를 한 뒤 조합원 부담을 요구하는 게 최소한의 기업 양심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성의 한 간부는 "공사를 마쳐야 한다는 것은 입주예정자들과 회사 측의 공통된 바람"이라며 "현장을 그냥 둘 경우 양측의 피해가 점점 늘어갈 뿐"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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