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제한적인 일본 대중문화의 첫 개방에 이어 내달 10일부터는 2차로 일부 영화나 가요를 개방한다고 문화부장관이 30일 밝혔다.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의 대중문화를 놓고 이렇듯 조심스럽게 개방하는 이유도 물론 우리는 잘 안다. 그것은 이미 거대한 자본주의의 공룡이 되어버린 일본의 대중문화가 여과없이 수입되었을때 일어나는 퇴폐적이고 지나친 상업주의적인 해악이 아직은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조심성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당수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문화에 있어서 단계적인 개방 자체가 실은 자연스러운 일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방일정을 과감하게 밝혀 지금까지의 방어적인 자세보다는 진취적인 사고를 가질수 있게 하는 것이 일본 대중문화 수입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방안도 된다는 점을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겉으로는 문을 걸어 잠그고 안으로는 이미 세련되게 포장된 일본 대중문화를 넘쳐나도록 접하는 현실을 지금은 직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문화란 법을 비롯 강제적인 제약보다는 그것을 수용하려는 사람들의 이해능력을 키우고 안목을 높여 과감히 경쟁하는 것이 더 바람직 하다. 그 때문에 단순한 보호보다는 과감한 개방이 경쟁력을 더 기를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인들이 아주 능숙하게 부리는 '네마와시'라는게 있다. 우리말로는 뿌리돌리기라는 뜻이다.원래는 큰 나무를 옮겨 심을때 미리 한두해 전에 뿌리 주변을 파서 원뿌리와 큰 측근만을 남기고 다른 뿌리는 잘라 가는 잔 뿌리가 많이 생겨 이식을 쉽게 하는 작업을 칭한다. 일본은 이것을 오늘날의 정치 군사 외교뿐 아니라 문화에까지 원용하고 있으리라는 것쯤은 훤히 꿰 뚫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일본 대중문화를 곧장 보면서 못본체 등을 돌렸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러나 이제는 늦었다고만 하지말고 일본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을 침투해 들어가는지도 소상히 알아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보다 확실하게 주체적이고 공격적인 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문화란 대중문화도 예외없이 비슷한 시대의 공간과 시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나 행동을 엮은 것이다. 그때문에 비록 일본의 대중문화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우리와 일치하는 면도 적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찔끔거리는 개방보다는 정면에서 제대로 맞을 수 있는 개방책을 당국은 자신감있게 내놓을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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