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인물교체식 창당의 문제점

김대중대통령은 30일 열린 국민회의 중앙위원회에서 신당창당을 선언하면서 "이념과 정책 뿐만 아니라 인물면에서도 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대폭적인 인물교체를 예고했다. 이는 우리정치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 일면도 있어 일단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인물교체식 정치개혁은 몇가지 점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여당이 지금과 같은 1인보스형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는 하나마나한 인적청산이 된다. 동시에 1인 보스를 둘러싼 소위 실권파들도 청산하지 않는한 지금까지 있어온 몇번의 인물교체가 실패했듯이 또한번의 실패만 되풀이 할 뿐일 것이다. 명실공히 인물교체가 정치개혁에서 위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환경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지금까지 김대통령은 5번의 신당창당을 하면서 내건 명분도 대체로 이대로는 안된다는 명분의 개혁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이렇게 개혁을 위해 인물교체 중심의 정당을 새로이 창당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창당은 실패 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다시 실패하지 않는 개혁을 위한 신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시스템적인 측면에서의 개혁이 있어야 한다. 정치도 행정도 법치가 아닌 인치(人治)에 의해 다스려지면 이는 바로 독재의 길이자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자유로운 토론도 폭넓은 협상도 인치하에서는 이뤄질 수 없다. 오직 충성경쟁만이 생존의 길이 되는 정당이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신당창당을 하면서 내년 총선의 승리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자면 내년 총선은 지금까지 공동여당이 해온 국정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더 강하다. 물론 이렇게 새피를 수혈하여 앞으로 더욱 잘하겠다는 준비를 판정받는 요소도 없지는 않지만-. 다시말해 총선은 인물에 대한 평가의 요소보다는 정책과 치적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더 강하다. 따라서 이러한 요소를 희석시키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과정이야말로 책임정치의 최종적인 구현이 되는 것이다. 잘 했다고 판단되면 여당에 표를 던질 것이고 못했다고 판단되면 야당에 표를 던질 것이다.

지금까지 몇번의 창당의 경우를 이러한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기능을 혼란스럽게 한 적이 없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정치개혁을 위한 창당이 되어야지 정권연장을 위한 창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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