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을 끝으로 핵심 증인들에 대한 신문을 마친 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진상조사특위는 1일 당시 조폐공사 노조 관계자들을 상대로 구조조정의 부당성과 검찰 등 외부기관의 개입흔적을 파헤치는 데 주력했다. 여야 의원들은 당시 노조가 파업 종료의사를 밝히고 정상업무 의사를 밝혔는 데도 직장폐쇄 등이 계속되고 구조조정이 강행된 것은 외부기관의 입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특히 지난 8월19일 대전 조폐공사와 옥천 조폐창 현장방문에서 청와대 노동담당 비서관과의 접촉사실을 밝힌 강재규 전노조부위원장을 상대로 청와대 개입설의 진상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구충일 전노조위원장에 대한 신문에서 한나라당 김재천의원은 "당시 검찰은 증인에 대한 고소를 강희복 전사장에게 종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증인이 인건비 50% 절감안을 합의했다가 번복한 때문이 아닌가"라며 검찰 개입설을 주장했다. 같은 당 서훈의원은 "조폐공사 노동조합은 98년 9월3일 시한부파업을 종료하고 업무복귀 의사를 밝혔음에도 공사가 23일 동안의 직장폐쇄를 철회하지 않았다"며 당시 직장폐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 같은 당 안상수의원은 "지난98년 7월초 회사 측이 인건비 50% 삭감안을 내놓은 데 반발해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자 마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증인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면서 검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강 전부위원장을 상대로 한 야당 의원들의 청와대 개입여부 추궁도 이어졌다. 서의원은 "노동부 실무자들이 조폐공사 사태의 모든 것이 청와대의 지시라는 뜻으로 얘기했다는 데 사실을 밝혀 달라"고 운을 뗀 뒤 98년 9월21일 이재천 청와대노사관계담당국장이 '임금문제가 구조조정 문제로 변환될 수 있다'고 한 데 대한 진위를 물었다.
당시 송민호 대전지검공안부장에 대한 신문에서는 송 전부장이 당시 파업유도에 개입했는 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야당 의원들은 "당시 대전지검이 강 전사장으로 부터 건네 받은 직접 자료 중 대부분이 구조조정 입안 및 추진 과정과 관련된 것"이라며 검찰이 조폐공사 구조조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31일 전직 검찰총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지난 24일과 25일 옷로비 의혹사건 청문회의 증인으로 나선 바 있어 부부가 모두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날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노사분규 구속·수배자수', '조폐공사 파업유도 공모 실행과정', '김대중 정부 노동정책의 두얼굴'이라는 제목의 차트를 들고 나와 검찰이 파업유도에 관여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김 의원은 "98년 4월부터 1년간 공안사범합수부와 공안대책협의회가 40회 열렸는데 이중 70%인 28회가 노동문제를 다뤘다"며 "이 기간 간첩을 잡기 위한 회의를단 한번도 열지 않고 노동문제를 많이 다룬 것은 검찰이 조폐공사 파업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 전 총장은 "당시 우리나라가 사상 유례없는 환란을 당해 자연히 노사문제가 국가현안이 돼 그런 것이지 검찰이 구조조정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맞섰다.또 청문회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이 제시한 '예방검찰론'에 대해 야당측이 문제를 제기, 김 전 총장과 공방을 벌였다.
김 전 총장은 한나라당 박원홍(朴源弘) 의원이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미리 파업대책을 세웠느냐"고 질문하자 "비용의 효과 면에서도 예방이 중요해 예방검찰을 강조했다"며 예방검찰론을 자찬했다.
그러자 뒤이어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 의원이 "예방검찰이라는 말은 검찰을 제외한 모든 국민은 검찰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대학 2학년생들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죄형법정주의를 무시하는 파쇼국가의 논리가 아니냐"며 김 전 총장을 몰아세웠다.
이에 김 전 총장은 "질문 취지를 모르겠다", "그런 식으로 비약하면 안된다", "논리적인 구성이 달라 답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의 추궁에 맞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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