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진상조사특위는 2일 이기호(李起浩)전노동부장관(현 청와대 경제수석)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당시 조폐공사 노사분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파업유도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규명하는데 주력했다.
당시 주무장관이던 이전장관이 노사관계 해결에 주력하기 보다 강경방침을 주도하면서 파업유도를 방치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야 의원들은 당시 노동부가 검찰의 파업유도 계획을 미리 알고 이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김재천의원은 "조폐공사 노조가 구조조정과 관련해 극력 반발하고 있을 당시 노동부는 노동관계 장차관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며 "이 시기에 검찰이 주도한 공안대책실무협의회가 집중적으로 개최된 것을 볼 때 당시 노동문제는 주무부서인 노동부가 아니라 검찰이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의원은 "당시 노동부가 조폐공사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해 미온적이었다"며 검찰의 파업유도에 노동부가 동조하지 않았는 지를 집중 추궁했다. 같은 당 서훈의원도 "노동부는 작년 조폐공사가 노조에 대해 강경대응을 하고 대화를 회피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다"며 "공안합수부로부터 파업유도 지시를 받은 때문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와 함께 이전장관이 현재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고 있는 점을 중시해 현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점도 물고 늘어졌다. 서의원은 "지난 97년 구속 노동자수는 46명이었는데 현 정부 출범 후 98년 구속된 노동자수는 219명"이라며 현 정부는 한쪽에서 '새로운 협력적 노사관계'를 주장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과 공안적 탄압'을 강화하는 이중적 양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일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구충일 전조폐공사 노조위원장은 "강희복 전사장의 성격으로 볼 때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의 압력이 없었으면 조기 통폐합을 실시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조폐공사 파업유도에 대한 검찰 개입설을 뒷받침했다.
구 전위원장은 "강 전사장이 인건비 절감안이 합의되지 않으면 조기 통폐합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시점이 언제냐"는 질문에 "분명히 지난해 7월16일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98년 7월중순부터 이미 파업유도를 위한 조기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송민호 전대전지검 공안부장은 그러나 "지난해 9월 구 전위원장과 강재규 전부위원장 등 조폐공사 전직 노조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은 대전지검의 독자결정에 의한 것으로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았다"며 검찰의 조직적 개입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노조간부들은 "강사장이 전화를 걸어 '검찰이 계속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는 또 시작과 동시에 증인석에서 증인들이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볼썽사나운 추태를 연출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소란은 증인신문 방식을 놓고 여야가 의견을 달리하면서 발생했다. 여당 측은 "검찰과 노조관계자의 이해가 상충하는 만큼 분리 신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야당 측은 "동시신문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회의 박광태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야당 측이 정치선전을 하려 한다"고 했으며 이 와중에 "야 박광태, 제대로 해" 라는 막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태식위원장이 야당 쪽 손을 들어주는 바람에 소동은 정리가 됐지만 방송사는 10여분 동안 생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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