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유럽을 구했고, 소아마비를 치료했고, 달에 갔으며, 아이디어와 문화로 전세계를 밝혔고, 공산주의 소련을 몰락시켰다는 자부심과 승리주의의 무드에 젖어 있다. 러시아는 2급 강대국으로 전락했고 일본과 독일은 미국에 의해 완전히 길들여졌으며, 가까운 장래에 미국의 위치를 넘볼 국가는 세계정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미국은 세계정치의 규칙을 만들고 있고 미국의 지배하에 모든 국가를 두고 있다. 군사적으로, 과거 1천년간 제1의 세계파워와 제2의 세계파워간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적은 없었다. 미국의 국방 예산은 10대 강국의 군사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경제적으로, 미국은 근접한 경쟁국가의 2배 이상의 규모이다. 미국 경제는 독일의 기적과 일본의 기적을 능가하는 9년간의 호황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선진경제 국가 중 경제성장률 1위, 30년 이래의 최고의 자본지출, 25년 이래의 최저의 실업률, 거의 바닥 수준의 인플레이션, 7년만에 다우지수 5배 상승 등 세계가 부러워하는 이상적인 모델로 탈바꿈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발전은 미국에 새로운 권위를 부여하고 있으며, 세계 경제의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문화적으로, 햄버거, 블루진, 팝송, 코카콜라 등 대중문화가 전세계에 침투되고 있으며, 인터넷 사이트의 80%는 미국 소유이고 인터넷 사용언어의 90%가 영어이다.이러한 미 국력을 고려할 때 21세기에도 미국은 세계경찰로서 세계 어디에서나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자국의 영향력과 안전을 위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의지를 계속 표출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를 이끌기 위해 불균형적 책임감을 진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미 행정부가 분명히 고려해야할 것은 미국이 혼자서는 오늘날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세계의 형태를 미국 마음대로 그릴 수는 없는 것이다. 로마제국처럼 일국에 의한 패권적 세계 지배 추구는 대단한 모험과 엄청난 비용을 수반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은 속 빈 강정이었고, 2천700만을 잃은 소련은 비틀거리고 있었고, 미국이 세계 부의 50%를 점유하고 핵을 독점했을 때도 전세계를 혼자서 지배하지 못했다. 특히 넘버원 국가가 겪는 딜레마는 자국의 위치를 넘보는 대외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과중한 군사력을 전세계에 유지하려 하고 이것이 미국 헤게모니 상실의 시기를 앞당기는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은 미국을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 관계없지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리비아의 카다피, 파나마의 노리에가, 이라크의 후세인에게 보여준 미국의 응징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견제와 대응으로 유사시 기댈 수 있는 또 하나의 초강대국은 없다. 미국이 강압적 방법으로 세계를 관리하려고 하면 불만이나 적대감이 이제 유일한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으로 몰려올 것이고 전세계적으로 타국가의 정치적 타깃이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국이 유일 초강대국의 특권에 대한 탐욕과 같은 구식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억제하고 세계 모든 국가와 협력과 조화를 이루느냐, 또한 축소된 미국으로 세계무대에서 어떻게 창조적·건설적 행위자로 남느냐가 미국의 장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다.
역동의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미국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선택적이고 신중한 외교와 리더십이 요구된다. 오만하고 억압적인 미국으로 남느냐, 아니면 사탕수수 아저씨로 남을지 미국이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김호준 부산외대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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