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단-바다·12-최동룡

당신, 내 베개 끌어안고 잠들듯이

떠돌이 섬

초롱초롱 뒤척이다

시린 하늘 별 다 헤고

눅눅한 홑이불로 배를 가린다

당신, 일찍 일어나 세안하고

술 덜 깬 나 안쓰레 들여다보듯이

빙그레 눈뜨는 얼굴 보고 싶어

내 발바닥 간질여보듯이

여기는 파도가 발가락을 간질여 섬을 깨운다

당신, 나 현관문 나설 때

두어 개 잔소리 귀에 넣어주었듯이

바다는 소라 가득 잔소리 담아

바윗돌에 붙인다

당신, 나 먼 날까지 돌보겠거니

나, 먼 눈으로 당신 돌보겠거니

바다와 섬이 서로 달래어

섬은 잔소리를 베고 말갛게 잠이 든다.

▲경북 선산출생

▲93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95년 시집 '슬픔의 현' 출간

▲현재 울릉종합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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