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세풍 마무리, 대화정치 계기로

검찰이 1년여 끌어온 세풍사건을 중간수사발표라는 형식을 빌려 사실상 일단락 지었다. 물론 검찰은 이번에 새로 드러난 70억원과 이 사건의 배후,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금 유용등은 앞으로 밝히겠다고 여운은 남겼지만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성 싶다.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도피중인 이석희 전 국세청차장의 귀국을 전제로 한 것이나 설사 한.미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될지라도 과연 검찰 의도대로 순순히 귀국에 응하겠느냐가 지금으로선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발표대로라면 서상목의원, 이전국세청차장, 이회성씨 등이 주도했고 이에 김태원재정국장, 임채주전국세청장 등이 관여, 국세청을 동원해 기업들로부터 세금무마 등을 내세워 대선자금을 불법모금한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지었다. 이같은 불법모금사실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든 잘못된 것이고 검찰의 의도대로 다시는 있어서는 안되는 유감스런 일임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이회창총재가 두번에 걸쳐 사과발언을 했고 서상목의원도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런 법논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세풍'이라 이름붙이며 '정치논리'에 의한 수사전개와 마무리라는 꼬리표는 늘 달고 다닌게 사실이다. 그 첫번째 이유는 어떻든 이 사건의 핵심은 대선자금문제인데 여당인 DJ비자금 등은 거론않고 야당인 한나라당의 자금만 문제 삼느냐의 이른바 형평성 시비가 그것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주장대로 선거에 패배한 야당자금을 문제삼는건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야당흠집내기라고 강하게 비판해온것도 같은 맥락이다. 1년여 질질 끌어오면서 여당은 궁지에 몰릴때마다 이 문제를 들먹이며 야당의 도덕성 문제등을 공격, 정치적으로 악용해온 대표사례라 꼽혀온것도 사실이다. 야당도 방탄국회를 여는 등 그들이 야기한 문제를 호도에만 급급, 정치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검찰은 어떻든 결국 1년여 끌다가 '어쩡쩡한 봉합'이란 비판을 받고 만 것이다. 끝내기 수순도 여당에서 먼저 수사마무리를 주문했고 수사결과 발표전후에 이총재사과, 서의원사퇴라는 마무리 과정을 놓고 '물밑접촉'에 의한 정치적 빅딜로 평가하고 있는것도 정치논리에 수사가 좌지우지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검찰은 결국 또한번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한계를 보여준 것이란 비판대에 본의 아니게 서고만 셈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으로 우리의 정치는 대결 정쟁으로 점철, 중요한 국정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여.야 정치권은 다같이 받아온 것밖에 얻은게 없었다. 이번을 계기로 여.야는 막혔던 언로을 트고 산적한 국정운영에 전념하는 자세로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치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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