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베빈다의 '운명(Fatum)'

포르투갈 출신의 여가수 베빈다가 발표한 '운명(Fatum)'. 민족적인 정서를 표현한 한 나라의 전통 음악도 개발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세련된 세계음악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음반이다. 부럽다. 우리는 아직도 힙합과 댄스음악을 열심히 연마해 미국음악을 따라 잡으려고만 하고 있는데.

베빈다의 노래는 이미 깊숙히 침투해있다. 018 PCS 광고에서 '우-'하고 슬프게 몸부림치던 목소리, SBS 드라마 '파도'에서 이영애의 테마로 쓰이는 노래가 바로 베빈다의 것이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 포르투갈의 사람들은 자신들과 운명을 함께 한 바다를 바라보며 불러온 이런 노래를 '파두(Fado)'라고 한다.

'숙명'을 뜻하는 라틴어 'Fatum'에서 유래한 '파두'는 바다를 동경해 온 포르투갈인들의 이별과 고독, 슬픔과 향수를 담고 있는 노래다. 파두 가수 역시 노래의 기교보다는 내면의 슬픔과 괴로움, 즉 '사우다쥐(우리에게는 '한(恨)' 정도로 풀이된다)'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평판이 엇갈린다.

신세대 파두 가수 베빈다는 12개의 현을 가진 포르투갈 기타 외에 첼로, 아코디언, 신디사이저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파두를 현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파두의 정서를 잃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음악에서 풍기는 라틴음악과 재즈적인 감수성은 처음 듣는 '포르투갈의 음악'을 낯설지 않게 만든다.

이클립스(2CLIPS) 뮤직이 최근 발매한 '운명'은 베빈다가 지난 94년에 발표한 것으로 11곡의 파두를 담고 있다.

申靑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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