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신문방송에서 BK21에 대해 자주 듣는다. BK21은 21세기엔 우리나라에도 세계 수준의 대학원이 생긴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그것은 경제적 위기를 맞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이다. 과거 30여년간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주축이 대다수 국민들의 교육열에 바탕을 둔 양질의 노동력이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BK21은 우리가 다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세계수준의 대학원에서 마련하자는 정부의 다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신문방송에서 BK21에 저항하는 대학교수들의 시위현장을 본다. 80년대 툭하면 가두시위를 벌이던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처럼 소위 지식인이라는 교수들도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교수들이 제밥그릇 챙기느라 BK21을 반대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암담한 일이다. 그러나 교수들의 양식을 믿는다면 BK21이 허상은 아닐지 의문이 생긴다.
BK21에는 권위적 관료주의의 냄새가 풍긴다. 우선 세계수준 대학원 육성이라는 정책목표가 그렇다. 이는 70, 80년대 정부가 세계 수준의 기업 운운하면서 재벌 기업에 특혜를 줄 때 내걸었던 정책목표와 유사하다. 또 정부가 내세우는 '선택과 집중'의 논리도 소수 재벌기업에 대한 정책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특혜논리를 닮았다. 그렇다면 BK21의 실상은 과거 정부가 기업을 장악했던 것처럼 대학을 장악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한 학문 영역과 대학을 선택 지원하는 BK21은 소수 재벌기업중심의 정경유착형 경제육성책이 세계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IMF관리의 경제위기를 맞은 것처럼, 전체적인 학문과 대학의 질 저하라는 교육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분화되어 있는 학문은 소수의 대학에 의해 장악될 수도 없고, 학문 전체의 진보가 소수 첨단기술의 발전에 의해 이끌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는 모든 학문과 대학이 전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지 특정한 학문영역과 대학에 특혜성 지원을 하여 불균형 발전을 조장해서는 안된다. 교육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있는 주요 학문영역과 지방대학들을 지원하여 지식의 창출영역을 다원화하고 학문연구의 자생적 기반이 구축될 때 우리 학문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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