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과일 값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올해는 특히 배값이 비싸네요. 상품 신고배 한 덩이에 7천원이니, 추석때는 얼마나 오를지. 그렇다고 과일을 안 올릴 수도 없고…"
대구시 수성구 수성2가에 사는 고순옥(35)씨와 대구시 수성구 파동에 사는 고정옥(38)씨는 지난 6일 미리 추석장을 보러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수확철이지만 상품 과일은 그대로 비쌌기 때문이다. 한창 출하되는 사과 한상자 2만5천원(20㎏), 포도 한상자 1만3천원(12㎏)을 호가했다. 제수에 올릴만한 배는 5천~7천원, 참외 개당 1천500~2천원, 수박 한덩이 1만원.
보통 3개 혹은 5개 단위로 제사상에 올릴 사과·배·참외·토마토·밀감 등 과일값과 가족·친척끼리 나눠먹을 포도·사과까지 준비하려니 5만~10만원은 들겠다. "한창 배가 자랄 때 태풍이 불어서 다 떨어져 배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봉덕시장 과일상의 말에도 불구하고 주부 고순옥씨와 고정옥씨는 배 한덩이값이 1만원을 육박하는 것은 아무래도 농산물 수급에 허점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남편 3형제가 10만원씩 내어서 제사를 지내는데 형님이 항상 제수비용이 모자란다더니 그 심경을 이해하겠네요. 아직 진어물, 건어물, 나물, 송편까지 준비해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시집에서 9남매의 막내인 고순옥씨와 4남매의 중간인 고정옥씨는 이제야 맏동서, 시어머니의 고충을 이해할 것 같다.
조기와 가자미, 청어, 문어, 돔백이 같은 진어물은 칠성 시장, 수협 공판장, 수협 바다마트, 대구시 농수산물 도매시장 등에서 사는게 경제적이다.
6일 새벽, 대구시 동구 신암동 수협 공판장을 찾은 주부 이상화(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조금 망설임 끝에 조기 반상자를 구입했다. 조기 반 상자는 12만5천원(30마리). 한마리당 4천원이 약간 넘으니 동네 값보다 마리당 2천원가량 싸게 산 셈이다.
한동네에 사는 이웃집과 반씩 나누어 비용 부담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오랫만에 아들 딸이 다 모이는데 싶어서 조금 넉넉하게 샀다"는 이씨는 냉동된 조기를 소금물에 녹였다. 간이 배면서 녹은 조기는 깨끗이 손질해서 냉동고에 보관했다. 한가위 제사상에 올릴 것, 10월 묘사때 쓸 것을 봉지에 따로 담아 갈무리해두었다. 수협에 간 김에 돔백이 한토막(2㎏ 2만원) 어지간한 문어 한마리(3만원)도 사두었다.
중년 주부들은 "설장은 미리 보고, 추석장은 사흘전에 본다지만 요즘은 냉동 시설이 좋아서 보름전쯤 봐둔다"며 일찌감치 장보기를 끝내는 이들이 늘어나지만 신세대 주부들의 추석 장보기 풍속도는 달라지고 있다.
신세대 주부들의 가장 큰 장보기 변화는 역발상의 기교.
"제일 좋고, 잘 생긴 제수를 올려야 후손이 잘된다는 음덕론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찬물 한 그릇을 올려도 정성이 중요하다"고 믿는 신세대 주부들은 제수 그 자체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간의 우애라고 믿는다.
"살아 계실 때 잘해 드리고, 제수 장만은 형편에 맞게 최상품 보다 중품 정도 택합니다. 온가족이 모여서 가족의 넉넉한 품과 수확의 즐거움을 느껴야할 한가위가 돈 때문에 우울해서야 되겠어요"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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