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편지로 가족애·우정 다진다

가을이 오면서 편지에 아름다운 사연, 위로의 소식을 담아 가족애·친구애를 다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구 외국어고등 3학년에 재학중인 조용수(18)군은 일주일에 한번씩 날아오는 '아버지의 편지'가 집에서 떨어져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큰 위안이 된다. "고등학생이 되고 처음으로 집에서 떨어져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친구들처럼 저도 전화로 부모님의 목소리나 들을까 했는데 뜻밖에 아버지의 편지가 날아왔어요. 너무 반갑고, 외로움도 덜게 됐습니다"

지난 18일 복더위를 가로지르며 날아온 아버지(조승희씨·48·제2영남교회 담임목사)의 편지 한토막.

'믿을만한 용수야! …먼저 너의 18일 생일을 축하한다. 더운날 너를 낳아 기른다고 고생했던 엄마의 수고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다. 너도 알지, 인생은 집짓는 것과 같다는 걸. 우선은 힘들지만 반석 위에 세운 집은 비가 오고 물이 차도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집이 된다는 것을. 용수의 삶이 복되길 빈다'

이어서 24일의 편지에는 '용수야! 때로는 마음 먹은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가 많이 있지? 너도 알다시피 아빠도 기분 나쁠때가 가끔씩은 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해결이 되더라….'고 위로의 글을 실어 보냈다.

조군이 편지를 받는 날이면 친구들은 부러워하면서 때로는 무심(?)한 자기 부모들에게 한마디 던진다.

"우리 부모님은 왜 편지 안 써주노?"

편지로 유명세를 탄 조군의 아버지는 대구외고의 초청으로 1학년 학부모 대상 강연도 가졌다.

"아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과도 많은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사사건건 반대만 하던 신자 한분이 제 편지를 받고는 교회로 찾아와서 부둥켜 안더니 울어버렸습니다. 자기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느냐구요"

아버지 조목사는 편지가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을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대구시 북구 복현동에 사는 임경숙(44)씨는 갑자기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자녀들을 키울때 도시락 편지에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 자녀들을 길렀다.

대구시 공동모금회에 근무하는 최운정(27)씨도 가족과 친구들에게 편지를 자주 쓴다.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최씨는 연장자에게는 정감어린 손편지를 쓰지만 현해탄 건너에 있는 친구에게는 편지 대신 신식 전자 메일을 띄운다.

"하루에 한통도 전자 편지가 들어오지 않으면 허전해요. 올 가을에는 열심히 편지 쓸거예요"

최근 편지 쓰기 붐과 함께 통신에는 편지 동호회가 개설되어 있으며 천리안(go letter) 편지사랑 동호회는 11~12일 속리산 파크호텔에서 제4회 '편동 전국 모임'을 갖는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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