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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연오랑 세오녀'상 위치 논란

덴마크 코펜하겐 카스텔레르 성채에서 해안을 따라 300m쯤 가면 바닷가 바위 위에 있는 인어 상을 만날 수 있다. 코펜하겐의 상징이기도 한 이 상은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를 모델로 만든 것이다. 언뜻보면 초라한 느낌마저 들지만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는 명소다. 상징물은 겉모습과 위치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지금 포항에는 호미곶에 건립키로 한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의 상징물 건립 위치를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포항지역 유일한 설화인 연오랑 세오녀(부부가 일본으로 가 왕이 됐다는 내용)의 상징물이 세워질 곳은 2000년 1월1일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열리는 호미곶 등대박물관 내다. 포항시 승격 5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소위가 역사학자들의 고증을 거쳐 위치를 결정했다고 한다.

문제는 연오랑 세오녀의 역사적 배경이 호미곶이 아니고 동해면 도구리라는데에 있다. 실제 도구리에는 이 설화와 연관된 일월지와 일월사당이 남아 있고 관련 행사도 매년 치러진다. 포항시 또한 일월지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 설화 상징물을 호미곶에 건립하겠다는 것은 어딘가 아퀴가 맞지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맞이 광장에 그럴듯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목적 외에는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상징물이 50주년 사업위의 의도대로 호미곶에 세워졌다 하더라도 동해면민들의 반발을 볼때 위치 논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발원지인 동해면 도구리에 주민들의 힘으로 또 하나의 연오랑세오녀 상징물이 세워질 수도 있으며 벌써 그런 움직임이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5억여원이라는 적지않는 건립비 전액을 부담키로 한 황대봉 대아그룹 회장의 순수한 뜻이 훼손될까 걱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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