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안전대책 없는 '비아그라'

태풍 '비아그라'가 한반도를 휩쓸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비아그라 국내 시판 허용을 발표한 지난 달 30일 이후 남자 셋 이상이 모인 곳이면 어김없이 비아그라 예찬론(?)이 펼쳐진다.

어디 그 뿐인가. 여성단체들이 "성 문화의 왜곡"을 우려, 발끈하는 가운데 한 여성인사가 가정 주부들을 대표하여 "비아그라를 살 때 아내의 동의서를 첨부토록 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반(反)비아그라 동맹'을 결성, "밤 생활까지 서민층 남편들의 가슴을 아프게 할 수 없다"며 비아그라 시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비아그라를 둘러싼 약무행정이 원칙과 형평성을 잃었다"며 식약청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심혈관계 질환 건강진단서 첨부를 조건으로 한 비아그라 시판 허가는 초법적 조치"라고 규정, 식약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심혈관계(心血管係) 전문의들이 비아그라 구입에 필수인 '심혈관계 건강 진단서'를 발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히고 있는 등 식약청의 조치가 의사들 사이에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의사들은 병.의원간 전산 정보망이 구축돼 있지 않아 개인의 병력과 복용중인 약을 상세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진단서를 발급했다간 문제 발생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조치는 자율경쟁을 지양하고 있는 병.의원의 비아그라 판매는 무제한 허용한 반면 약국판매는 사실상 봉쇄, 소비자 구입가를 높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10월 부터는 비아그라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판된다. 그러나 당국의 이번 조치를 놓고 의약업계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벌써부터 혼란 양상을 보여 비아그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식약청이 발표했던대로 임상실험 결과 한국인이 외국인에 비해 비아그라의 부작용이 높게 나타났다면 내년 의약분업 때까지 판매를 유보하더라도 확실한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이 옳지 않을까 황재성.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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