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것 하나 명쾌한 구석이 없다. 들먹일수록 먼지만 풀풀 날릴 뿐 시원한 구석이라고는 없다. 법석을 떨던 국회 청문회도 어느새 우리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의혹만 부풀리고 남은건 '모르쇠'들의 당당한 몸통 뿐이다. 위증 운운도 결국은 솜방망이. 기껏 증인들의 본명과 주민등록번호만 아퀴 쥔 셈이다. 삿대질에다 큰 소리 쳐가며 시청자들을 놀려도 분수가 있지. 이들 마저 백성을 밥으로 안 탓이다.
--주변만 맴도는 개혁
세풍사건은 또 어떤가. 검찰의 물리적 한계는 뭐며 야당의 공식사과와 의원직 사퇴로 막은 내렸다. 어디가 미련 남아서 인지 70억이 더 있다고 삐뚜룸하게 나왔다. 누구는 얼마 먹고 누구는 또 어떻게 삼켰다고 조목조목 나와 있기만 할뿐이다. 시나리오를 거머 쥐고 잘들 놀고 있다. 모종의 빅딜이라는 설도 있다. 빅딜이 무슨 놈의 양말 조각인가. 이리 신어 보고 저리 신어 보게.
개혁은 아직도 유효 하고 말고다. 재벌체제가 철퇴를 맞고 있지만 철퇴? 글쎄다.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주변만 맴돌고 있다는 핀잔이 만만찮다. 현대 주가조작 사건. 아직은 안개다. 검찰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해체라고 잘못 해석했다해서 그렇게 서슬이 시퍼렇는데 막상 마찰에서는 왜 아직 공식적인 한마디도 없는가. 멋대로다. 그게 다 백성을 밥으로 알지 않으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일들이다.
기업들에 공룡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금융감독위원회. 대한생명 처리 과정에서 법원은 이 금감위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 금융계를 한바탕 소란스럽게 했다. 퇴출이라는 무기로 뭇 기업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었던 금감위가 패소에 변명찾기만 급급하는 인상은 또 무슨 볼거리 인가. 막강한 권한이 이처럼 허무할때도 있나 싶을 정도로 의아한 장면이다.
--웬만한 것은 총선 뒤로
곧 '알파(α )'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외부영입. 한때 대중스타들이 대중에 인기가 있기나 한 것처럼 설친 이력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자평탓인지 이번에는 각계의 중량급 내지는 전문가 그룹들이 그 대상이라고 한다. 좋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그들의 얇은 정치이력 때문에 1회용으로 이용하고는 헌고무신이 되는 신세를 또 지켜보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알파(α )'들의 잔치가 끝나면 곧 총선이다. 이를 꼬투리 잡고 벌써 길길이 날뛰는 축들도 많다. 세금도 감면해 주고 공무원 급료도 올려준다. 웬만한것은 총선뒤로 미루고 승리의 깃발만 나부끼도록 하자. 좋지. 그래서 오래도록 우리들 세상을 만드는거야. 개혁의 각론들이야 어떻게 되든 총론이면 충분하지. 재벌의 임금은 안되지만 우리 정치꾼들이야 임금이 없으면 그 많은 가신들은 또 어쩔텐가. 그래서 정치란 항상 예외 조항에 해당되는 것인 것처럼 여겨 버린다. 이런 것도 다 따지고 보면 백성을 밥으로 알기 때문이 아닐까.
아직은 노벨상을 받지 못한 나라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받고야 말 나라다. 그러기 위해서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더러있다. 문학상인가 의학상인가 물리학상인가. 아니면 평화상인가. 아무도 장담 못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평화상? 물리학상? 퀴즈문제가 아니다. 왜 우리는 이런 것을 가지고 퀴즈문제처럼 우리끼리 서로 묻고 답해야 하는가.
--진정 꿈을 꾸는가
인도사람은 보리를 먹기 때문에 보리철학이 굉장하다고 한다. 우리는 쌀로 밥을 지어먹기 때문에 밥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밥철학이란 무엇인가. 친한파라는 주한 일본대사를 지냈던 어떤이가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자리에서 "한국인 한사람 한사람은 일본사람보다 더 똑똑하나, 세사람이 모여도 하나의 일을 해 낼수 없다"고 했다. 쌀로 밥을 짓지만 밥이 되지 않고 선 쌀로 남는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의 관심을 끈 경제평론가 오마 겐이치의 훈수와 함께 새겨 볼 만한 이야기다.
밥도 잘 짓지 못하면서 결국 백성을 밥으로 알려고 하는 위정자들이야 무슨 소리 하는가고 눈을 부라릴 일이지만 분명 우리는 지금 밥도 잘 못짓고 밥인양 취급받는 이중의 고통속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백성을 밥으로 알기전에 그들이 먼저 깨어 나야 한다. 깨어나는 것에는 두가지가 있다. 잠에서 깨어 나는가 아니면 꿈에서 깨어 나는가다. 백성을 밥으로 알려들지만 말고 지금 잠을 자고 있는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가 부터 알아야 할 일이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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