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신지식인 '영입'

흔히 '엘레지(悲歌)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미자(59)씨만큼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가수는 그리 흔치 않을 듯 하다. 낙엽 쌓인 산자락을 촉촉히 적시는 도랑물처럼 애잔한 그녀의 노래는 60, 70년대 고도성장 신화와 함께 우리의 뇌리에 깊숙이 새겨진 것들중의 하나가 아닐까. 이미자씨가 다음달 세종문화회관에서 데뷔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갖는다. 그녀는 8일 신곡(8곡)이 포함된 기념 음반을 2장이나 발표, 식지않은 음악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녀가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는 2천여곡-. 웬만한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방대하다. 이미자씨가 지금까지 국민 가수로 사랑을 받는 것은 물론 뛰어난 음악적 재능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40년을 가수로서 외곬로 지나온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조금만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서 자리잡았다 하면 '정치하기 위해', 또는 '돈 벌기 위해' 천직을 팽개치기 십상인게 우리네 풍토다. 그런데도 이미자씨는 "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은 노래"라며 죽어라고 무대를 지켰고 우리는 그녀의 이러한 외곬 인생을 그녀의 노래 이상으로 기억하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여당이 신당 영입 인사 명단을 확정, 금명간 발표할 모양이다. 그중에는 사회적으로 명망높은 학자도 있고 떠오르는 벤처기업 사장도, 연예인도 있다. 이들 모두 신지식인으로 신당을 창당, 개혁 정치를 이끌어갈 꿈에 부풀어 있음직도 하다. 그러나 과거에 낙하산식으로 정치권에 영입된 인사치고 정치인으로 대성한 사람은 없었던 것이고 보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착잡하기만 하다. 오히려 이들 참신한 인재들이 때묻은 정치권에 투신함으로써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살아온 삶을 망가뜨리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추어 정치 신인보다 이미자씨처럼 40년, 50년을 무대에서 또는 교단에서 노래하고 가르치며 인생을 관조하는 원로(元老)가 아닐지 모르겠다.

김찬석 논설위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