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13차 문제 최우수작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은 탐관 오리가 부정한 방법으로 축적한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준다. (1)부도덕한 관리들에게 착취당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위협을 무릅쓴 그의 행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영웅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그의 행위를 평가함에 있어서 의도만을 가지고 절대적인 가치로 삼는 것은 문제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비록 부도덕하게 모은 재산을 '인류의 선'을 위해서 빼앗는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남의 재산을 탈취하는 행위는 그것이 어떤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든 분명히 법을 어긴 행위이다. 법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을 최소화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공공선을 위하여 제정된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마땅히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행위의 의도가 인류의 선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식으로 범법 행위를 용인한다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수많은 탈취행위가 자행되어 사회 혼란이 발생할 것이고 법은 그 효력을 발휘할 수가 어려워진다.

(2)자본주의 사회에서 각 개인은 사유재산을 가질 수 있으며 그것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는 기본권으로서 법의 보호를 받는다. 따라서 남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만약 그러한 행위를 할 경우 그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가 된다. 요즘 고관집 절도나 강도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행각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부정하게 모은 재산을 잘 빼앗았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신창원 같은 도둑이나 강도들이 의적으로까지 간주되기도 한다. (3)재산이 많은 사람들이 부도덕한 방법으로 그렇게 되었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정당하다. 막연하게 인류의 선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탈취를 한다면 그것 또한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사회 구성원들은 자기들의 재산을 관리함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인식함이 마땅하지만 어느 누구도 어떤 목적으로도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4)과거의 역사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인류는 수많은 목숨을 희생하고 뼈저린 고통을 겪으면서 인간의 존엄성 확립과 기본권 보장을 위해 투쟁해 왔다. 그렇게 어렵게 획득한 기본권을 또 다시 인류의 선을 위해 침해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각 개인의 기본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될 때 비로소 인류의 선이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으며 또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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