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공인(公人)의 입장에서 절대로 감정적으로 언동한다고 보여서는 안될 사람이 두 사람 있다. 합참의장과 검찰총장이다. 어떤 경우에도 냉철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처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반석 같은 모습을 보여야 국민은 안심할 수 있다. 이 두 중요한 사람의 위에는 물론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의 자세도 확고해야 하지만 대통령은 국민적 통합을 위해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는 방식을 택할 필요도 있다. 앞의 두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높은 차원에서의 리더십이다. 합참의장은 외부의 공격에 맞서 국민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군(軍)의 최고 지휘관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한편 국민에게 상황을 알리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걸프전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 합참의장 콜린 파월은 기자회견을 하면서(국민과 만나는 것이다) 전황을 설명한 후 총을 쏘는 제스처를 하면서 확신에 찬 모습으로 "우리는 포위하고 그런 다음 죽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적 이라크에 확실한 경고를 보내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군은 합참의장이 될 사람을 그렇게 훈련된 사람으로 만들어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못한 군조직은 낙제 조직이다.
검찰총장은 나라안에서 법을 지키지 않아 혼란을 일으키는 모든 행위에 대해 공권력을 발동하는 검찰조직의 장(長)이다. 공권력은 엄정하게 행사되어야 하고 그만큼 이를 행사하는 사람은 합리적이고 감정의 지배를 벗어나야 한다. 검사들이 다소간 냉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잣대를 정확하게 대주기를 바랄 뿐이다. 검찰총장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몇달전 우리가 그렇게 반석처럼 믿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인 검찰총장이 기대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을 실망시킨 일이 있었다. 지금은 전임이 된 그 검찰총장은 검찰조직 전체가 불신을 받을만한 사건이 생겼을 때 국민 앞에 섰다. 그는 텔리비전으로 국민에게 바로 보여지는 자리에서 흰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 심정'을 이해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 충격을 받은 국민이 많았다고 봐야 한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약하디 약한 백성은 누구를 의지하란 말인가.
한 조직은 그 조직을 이끌어갈 리더를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 만들어 내야 하고 마땅히 그 자리에 앉을만한 사람을 찾아내어 그 자리에 앉혀야 한다. 살아있는 조직이라면 다 그렇게 하고 조직의 가장 큰 힘이 거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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