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툇마루-가을에

아침 저녁 바람의 맛이 달라졌다. 한낮엔 여전히 30도를 오르내리지만 그 기세도 곧 꺾일 것, 계절의 오고감은 어김이 없어 어느덧 가을 문턱에 섰다.

우리나라에서 '깨달은 사람'이 나오지 않는 이유의 그 첫째가 사계절이 뚜렷해서요, 둘째가 오밀조밀 아름다운 땅 때문일 것이라 한다. 사계절이 워낙 분명해 봄인가 싶으면 미처 나른할 겨를 없이 여름, 더위를 피하다보면 가을, 생각의 꼬투리를 잡을만하면 겨울, 들어앉아 있을만하면 만물이 다시 꿈틀대는 봄. 석달만에 한번씩 적당한 자극으로 심신을 한 자리에 붙들어 둘 틈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철 따라 변하는 산천수목의 아름다움을 즐기다보면 도(道) 닦음과는 거리가 멀어진다는 얘기다.

선들선들 부는 가을 바람에 지난 여름 그 짜증스럽던 세상 일 다 날려보내고, 조선시대 호방한 문장가 임제(林悌)의 짜릿한 연시나 한 수 읊어보자.

'한 겨울에 부채를 보낸다고/이상히 여기질랑 말아라/네 지금 어려 어찌 알까마는/서로 그리워하는 밤중 가슴에 불이 나면/유난히 끓는 6월의 뜨거운 날씨보다도 더 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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