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중도에 포기하면서까지 남편 뒷바라지에 헌신해 온 아내를 버리고 자식만 데려가 키우겠다는 30대 대학강사에게 법원이 '조강지처와의 이혼을 불허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박모(31.여)씨는 지난 91년 일본 유학중 만난 김모(37.전문대 전임강사)씨와 동거를 시작한 뒤 혼인신고를 하고 아들을 낳았다. 학업을 포기한 박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나가며 남편의 학위 취득을 위한 뒷바라지에 매달렸다.
그러나 만인의 축복속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부푼 꿈을 안고 남편을 일본에 남겨둔채 아이와 함께 귀국한 박씨에게 돌아온 것은 시댁의 냉대였다. 시부모는 "이웃 눈이 있으니 집에 자주 오지 말라"고 구박했다. 당시 둘째 아이를 가졌던 박씨는 "애는 왜 낳고 임신은 왜 했느냐"는 시고모의 말에 충격을 받아 유산을 하기까지 했다.
97년 학위를 받고 귀국한 남편 김씨도 잦은 외박에다 구타를 일삼았다.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던 98년 11월 김씨는 짐을 싸서 본가로 가버린 뒤 대구지방법원에 '이혼 및 친권 행사자 지정' 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을 데려가겠다는 김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구지법 가사3단독 이정호판사는 판결문에서 "여성으로서 한번쯤 꿈꾸는 화려한 결혼식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학업까지 포기해가며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에 나선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조강지처를 버린 원고에게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어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金海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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