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수환 추기경 국회강연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10일 국회에서 의원들을 따끔하게 질책했다.

김추기경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국회 종교의원 모임' 초청 강연에서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정치권을 질타했다. 30여명의 참석 의원들은 김추기경의 강연을 시종일관 진지하게 경청했다.

김추기경은 먼저 "세계화 시대에 정치인들이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현재와 같은 끝없는 정쟁을 일삼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국회의원의 청렴의무와 양심에 따른 직무수행 의무를 규정한 헌법 46조를 거론한 뒤 "과연 국회의원들이 이런 헌법정신을 지킨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 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추기경은 또 "국민이 평화로운 국회라고 느낄 수 있도록 서로 이견이 있더라도 멱살을 잡거나 충돌을 해서는 안된다"며 "마음을 비우고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이날 김추기경은 강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강연원고에서는 국민회의 신당 창당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추기경은 "요즘 정당들은 오로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신당 창당 또는 당의 결집에 전력을 쏟고 있다"며 "그 자체는 당연하고 탓잡을 것은 없지만 아무튼 그런 자세로 새 시대를 맞을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질책했다.

김추기경은 그러나 현실정치에 너무 깊숙히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실제 강연에서는 이 대목을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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